top of page

카테고리 : 선각자들

“자연은 사랑스러운 우리의 친척”

원주민 학자 로빈 월 키머러의 자연관






로빈 월 키머러: 모든 생명체는 ‘우리 가족’이다. iStock
로빈 월 키머러: 모든 생명체는 ‘우리 가족’이다. iStock

로빈 월 키머러에게 식물학자의 길은 자연스러운 진로 선택이었다. 포타와토미 부족 출신 그녀는 뉴욕 북부 시골에서 자라며 들판과 숲을 거닐기를 좋아했고, 현재 환경생물학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녀의 저서로는 달콤한 풀을 엮으며』, 이끼를 모으며』, 산딸나무 등이 있다. 이 책들은 살아있는 세계와의 상호 관계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특히 그녀와 같은 원주민 공동체의 지혜가 기여해 온 바를 일깨우고 있다.


키머러는 전통적 생태 지식(TEK)이 보존 활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지구와 인류의 복지를 위해 필수적인 자연의 자율성을 공동체, 정책 입안자, 교육자들이 인식할 것을 촉구한다.



인간을 대신한 식물의 어른들


키머러는 팟캐스트 '존재하기(On Being)'에서 크리스타 티펫과의 인터뷰 때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뉴욕 북부 시골의 들판과 숲에서 자랄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강제 이주와 아이들을 인디언 기숙학교 데려가야 했던 역사 때문에 포타와토미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자라게 된 데에 대해서는 실망하기도 했다. [그녀의 친할아버지는 그런 기숙학교에 다녀야 했다].


"세상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세상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나의 질문들은 정말 문화에 이해가 깊은 어른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이었지만, 그런 어른이 없었다. 대신 나는 숲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 숲은 정말로 내가 문화로 들어가는 문이 되었다. 인간 어른이 없었기에, 나는 대신 식물 어른들을 가졌다."



로빈 월 키머러: “자연 보존의 가르침 어디에 사랑이 등장하는가?”

 


원주민 지식과 과학


키머러가 박사 과정 학생 시절 전통 지식 보유자들 모임에 참여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그녀는 그들의 대화가 “신화적 지식과 과학적 지식을 아름다운 문화적 자연사로 엮어냈다”고 말했다.


그 이후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2002년 논문 「전통 생태 지식을 생물학 교육에 접목하기: 행동 촉구」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TEK(원주민의 전통지식) 관찰은 질적 성향이 강하며, 단일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친 관측 기록인 통시적 데이터베이스를 생성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장기 생태 연구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이러한 지속적 데이터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TEK에서 관찰자는 주로 자원 이용자 자신들이다. 예를 들어 작물이나 사냥의 수확 성공률 관련해서는 사냥꾼, 어부, 채집자들이 생태 관찰의 질과 신뢰성에 대해 민감하다. 반면 소수 전문가 집단이 수행하는 과학적 관찰은 양적이며, 흔히 동시적 데이터나 광범위한 장소에서의 동시 관찰을 보여주는데, 이는 종종 TEK의 장기적 관점을 결여하고 있다."


키머러는 자연 세계와 온전히 연결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통찰이 모두 필요하다고 믿는다.



모든 존재의 신성함


키머러는 포타와토미 조상의 언어인 아니시나베어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자연은 새로운 대명사가 필요하다: 멸종의 시대를 멈추려면 '그것'이라는 표현부터 버리자"라는 글에서 그녀는 영어 문법이 인간과 생명체 세계와의 관계를 규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언어는 우리가 지구를 공유하는 인간 이상의 존재들에 대한 어떤 형태의 존중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영어에서 존재는 인간 또는 '그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870만 종(種)보다 이 세상이라는 선물 가운데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을 강화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것'이라는 표현은 인간에게 도덕적 책임을 면제하고 착취를 조장한다고 그녀는 믿는다. 그래서 말한다: "단풍나무가 '그것'일 때, 우리는 톱을 들 권리를 스스로에게 허락한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키머러: "당단풍나무가 '그것'일 때, 우리는 스스로 톱을 들 권한을 부여한다." iStock
키머러: "당단풍나무가 '그것'일 때, 우리는 스스로 톱을 들 권한을 부여한다." iStock

그러나 아니시나베어와 다른 많은 원주민 언어에서는 모든 생명체가 가족 구성원과 동일한 방식으로 대우받는다. "그들이 우리의 가족이기 때문이다"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그녀는 자연계를 위한 새로운 대명사로 단수에는 '키(ki)', 복수에는 '킨(kin)'을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상호성


자연을 가족으로 보는 관념은 상호성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그녀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에는 인간이 자연 세계에 대한 소유권을 지니고 그 자원을 계속 소비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상호성의 개념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 왜냐하면 상호성은 인간으로서 우리의 역할이 단지 지구로부터 취하는 것만이 아니며, 지구의 역할 또한 단지 우리 단일 종을 위해 제공하는 역할만이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상호성은 이 개념을 확장시켜, 지구가 우리를 지탱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지구를 지탱해줄 능력과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 점은 그녀가 『달콤한 풀을 엮으며』에서 딸기 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음과 같이 강조된다. "밭은 우리에게 주었고, 우리는 아버지께 드렸으며, 우리는 딸기에게 되돌려주려 노력했다. 딸기 철이 끝나면 식물들은 가느다란 붉은 줄기를 내보내 새 식물을 만들었다. 나는 그들이 땅 위를 가로질러 뿌리내릴 좋은 장소를 찾는 방식에 매료되어, 줄기가 닿은 작은 빈 땅을 가꾸어 냈다. 과연, 줄기에서 작은 뿌리가 돋아나 계절이 끝날 무렵에는 더 많은 식물들이 생겨나 다음 딸기 보름달(Strawberry Moon: 6월달에 뜨는 딸기처럼 붉은 보름달) 아래 꽃 피울 준비를 했다. … 그들이 우리에게 선물을 주었기에, 우리 사이에 지속적인 관계가 열렸다.”


마찬가지로 『이끼를 모으며』에서 키머러는 이끼가 가르쳐 주는 교훈을 설명한다. 티펫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끼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정말 훌륭한 이야기꾼"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서로 협력함으로써 제한된 자원을 나누고, 취하는 것보다 더 많이 주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끼는 토양을 만들고 물을 정화한다. 숲의 산호초와 같다. 그 안에 수많은 멋진 작은 무척추동물들이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준다. 이끼는 생물 다양성의 엔진이다. 이 모든 일을 해내면서도, 아시다시피 키는 고작 1센티미터에 불과하다."


키머러: "이끼는 가져가는 것보다 더 많이 준다." 조셉 리글, CC BY-SA 4.0
키머러: "이끼는 가져가는 것보다 더 많이 준다." 조셉 리글, CC BY-SA 4.0


보호 관리


키머러의 철학은 뉴욕 주립대학교 환경과학 및 임업대학 산하에 설립한 '원주민과 환경 센터'를 통해 현실사회에 구현되고 있다. 펠로우십 및 장학금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과학적 관리 접근법과 원주민 전통지식(TEK)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관련된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식물 키우기, 지식 키우기: 복원 교육'에서는 대학생들이 오논다가 부족 청년들과 협력하여 오논다가 호수에서 식물 재배와 습지 복원을 포함한 생태 활동을 배운다. 이 프로젝트는 환경 관리의 증진뿐 아니라 원주민 청년들의 고등교육 환경과학 프로그램 참여를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학생들과 원주민 커뮤니티가 함께한 다른 활동으로는 공동체 정원 가꾸기, 식물 지식 재활성화, 산림 및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등이 있다.


키머러는 티펫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원주민의 방식을 이해하는 학생들은 더 잘 훈련된 과학자이자 환경 운동가가 될 수 있다고.



자연과의 재연결을 위한 소명


키머러는 나무 심기, 공동체 텃밭 가꾸기, ‘농장에서 학교로’ 프로젝트, 지역 및 유기농 계획 등에 참여하여 땅을 복원하는 데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자연 사랑의 실천을 권장한다.


그녀는 말한다: "땅이 우리와 음식을 나누듯, 우리도 서로 음식을 나누고, 우리를 먹여 살리는 그곳의 번영에 기여하자."

 


*야스민 프라부다스 비영리 단체, 노동조합, 교육계, 정부 기관을 주로 대상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