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카테고리 : 기후

북극의 임계점

최종 수정일: 5월 6일

━ 급격한 기후변화가 지구에 미칠 영향은?


*박치현(Chi-Hyun Park)



따뜻해진 바다는 주변 얼음을 더 빠르게 녹여 해수면이 상승하고 열 흡수는 늘어난다.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따뜻해진 바다는 주변 얼음을 더 빠르게 녹여 해수면이 상승하고 열 흡수는 늘어난다.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북극에서 시작된 변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기후는 항상 느리게 변해 왔다. 인간의 시간으로는 좀처럼 체감하기 어려운 속도였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리듬이 달라졌다. 관측 장비가 포착한 수치들은 더 이상 완만한 곡선을 그리지 않는다. 특히 북극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속도와 규모 모두에서 이전과 뚜렷이 구분된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먼 미래의 가능성을 말하지 않는다. 이미 진행 중인 현재를 설명한다. 북극은 지금, 지구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1.5°C 상승”이라는 기후변화의 의미

 

2025년,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는 최근 12개월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C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 선을 넘으면 폭염, 가뭄, 홍수, 해빙 감소 같은 변화가 더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1.5°C를 중요한 ‘임계점’으로 이야기해 왔다.

 

실제 온난화 흐름을 보면 변화는 뚜렷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분석에 따르면 2011~2020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09°C 상승했다. 이미 1도 이상 오른 상태였다. 이후 상승 속도는 더 빨라졌다. 2023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C 높았다. 특히 2024년은 강력한 엘니뇨와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평균기온이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그동안 온난화는 꾸준히 누적돼 왔다. 해양은 지속적으로 열을 흡수하고 있고,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계속 증가한다. 최근 10년 사이 지구 평균기온이 0.3°C 추가 상승했다. 기후변화는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구 전체에 걸친 에너지 축적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IPCC 기준(1850~1900 대비)으로 보면 지구 평균기온은 20세기 후반 이후 급격히 상승했으며, 특히 최근 10년간 상승 속도가 뚜렷하게 가속되고 있다. ©IPCC global warming graph pre-industrial baseline
IPCC 기준(1850~1900 대비)으로 보면 지구 평균기온은 20세기 후반 이후 급격히 상승했으며, 특히 최근 10년간 상승 속도가 뚜렷하게 가속되고 있다. ©IPCC global warming graph pre-industrial baseline

지구는 태양에서 에너지를 받고, 일부를 우주로 방출한다. 오랫동안 이 과정은 균형을 이뤘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에서 420ppm으로 증가했다. 메탄도 크게 늘었다. 이 기체들은 열을 가두는 성질이 있다. 지표에서 나가는 적외선을 흡수하고, 일부를 다시 지구로 보낸다. 그 결과, 지구는 방출하는 열보다 더 많은 열을 받게 됐다.



극에서 나타나는 가속

 

북극은 기후변화가 가장 심한 곳이다. 지난 40년 동안 전 지구 평균보다 4배 빠르게 따뜻해졌다.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9년 이후 북극의 기온은 10년마다 0.6°C씩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폭은 0.2°C 안팎이다.

 

이런 차이는 표면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눈과 얼음은 태양복사의 80~90%를 반사한다. 그래서 열이 많이 쌓이지 않는다. 하지만 얼음이 녹아 사라지면, 그 자리에 어두운 바다가 드러난다. 바다는 빛을 반사하지 않고 대부분 흡수한다. 그 결과, 같은 햇빛을 받아도 바다는 더 많은 열을 품게 된다. 실제로 얼음이 줄어든 지역에서는 여름철에 흡수되는 태양에너지가 최대 20 W·m⁻²까지 더 늘어난다.

 

바다는 열을 저장하는 성질이 강하다. 여름 동안 축적된 열은 가을과 겨울로 넘어가면서 대기로 방출된다. 이 영향으로 북극의 겨울 기온은 여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한다. 북극은 계절을 넘어 이어지는 열의 축적과 방출 구조 속에서 계속 따뜻해진다. 이 흐름은 관측으로 확인된 에너지 순환의 결과다.

 


영구동토층과 탄소의 이동

 

북극의 땅속에는 1,500~1,700기가톤(GtC)의 탄소가 저장돼 있다. 대기 중 탄소량의 두 배에 해당한다. 이 탄소는 오랫동안 얼어 있는 동토층에 갇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기온이 오르면서 땅이 조금씩 녹고 있다. 최근 20년 사이 일부 지역은 1°C 이상 따뜻해졌다.

 

토양이 녹으면 미생물 활동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된다. 메탄은 2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강한 온실효과를 가진다. 실제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지역에서는 메탄 배출 증가가 위성 관측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부 시나리오는 2100년까지 최대 150~200기가톤의 탄소가 추가로 방출될 가능성도 제시한다.

 

여기에 산불이 영향을 더한다. 북극 지역의 산불은 2003년 이후 연평균 0.2기가톤의 탄소를 배출해 왔다. 기온 상승과 건조화가 겹치면서 화재 발생 조건이 점점 더 자주 형성된 결과다. 미국해양대기청(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산불 배출을 포함할 경우 동시베리아 저지대 등 일부 툰드라 지역은 이미 탄소를 흡수하던 상태에서 배출하는 상태로 전환됐다. 북극의 탄소 순환이 서서히 방향을 바꾸고 있다.

 


빙권의 변화와 해수면 상승

 

그린란드의 얼음은 빠르게 줄고 있다. 2002년 이후 매년 250~270기가톤이 사라진다. 이 영향으로 바닷물 높이는 매년 0.7~0.8mm씩 올라가고 있다. 지금 상승 속도는 1990년대보다 네 배 정도 빠르다. 특히 야콥스하운 빙하 주변에서 녹는 속도가 두드러진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과학자들은 얼음이 사라지면서 어두운 바다가 드러나는 장면을 주목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과학자들은 얼음이 사라지면서 어두운 바다가 드러나는 장면을 주목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북극 해빙도 크게 감소했다. 1979년 이후 여름철 면적은 40~45% 줄었고, 오래된 두꺼운 얼음의 비율은 60%에서 15% 이하로 낮아졌다. 얼음이 사라진 바다는 빛을 더 많이 흡수해 빠르게 따뜻해진다. 실제로 바렌츠해, 카라해, 축치해, 보퍼트해와 같은 해역에서는 여름철 해수면 온도가 과거보다 2~4°C 높게 나타난다. 이 열은 다시 대기로 전달된다.

 

북극이 따뜻해지면 남북 온도 차가 줄어든다. 그 결과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흐름이 불안정해진다. 실제로 북반구 중위도 육지의 겨울 최저기온은 1990년 이후 10년마다 0.4°C씩 상승했다. 극단적인 한파도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겨울이 덜 추워지는 이유다. 극단적인 한파 횟수도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된다. 북극의 온난화가 바람의 흐름을 바꾸고, 그 영향이 중위도의 겨울 기온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린란드에서 녹은 물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이 물은 염분이 낮아 주변 바닷물보다 가볍다. 그 결과 바닷물의 섞임과 흐름이 약해진다. 이 변화는 대서양 열염순환(AMOC)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이 순환에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10~15% 약해진 신호가 관측된다. 북극의 변화는 단순히 얼음이 줄어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해수면 상승, 해류 약화, 그리고 중위도 기후변화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미 시작된 변화와 앞으로의 여지

 

지구에 쌓이는 열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한다. 실제로 해양의 열함량은 2000년 이후 계속 증가해 최근까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열은 한 번 쌓이면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천천히 방출된다.

 

해수면 상승은 이런 열 축적의 결과다. 1900년 이후 전 세계 해수면은 20cm 이상 높아졌다. 1993년 이후에는 상승 속도가 연간 3.3mm에서 최근 4.5mm로 더 빨라졌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며 팽창하고, 빙하가 녹은 물이 더해진 영향이다.

 

앞으로의 변화 폭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달라진다. 배출이 적으면 2100년 해수면 상승은 0.3m 수준에 그칠 수 있다. 반면 배출이 많으면 1m 이상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쌓인 열로 인해 변화는 계속되지만, 앞으로의 배출량이 그 속도와 규모를 좌우한다.

 


북극이 보여주는 계산된 미래

 

하얀 북극의 여름은 예전의 색을 잃어가고 있다. 얼음 위를 스치던 빛은 반사되지 않고, 어두운 바다에 깊이 스며든다. 그리고 바다는 조용히 열을 쌓아 올린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측정되는 값은 분명하다. 해수의 온도와 열함량은 해마다 최고치를 다시 쓴다.

 

빙하의 가장자리는 매년 수십 미터씩 뒤로 물러난다. 위성은 그 움직임을 기록하고, 수치는 일정한 방향을 가리킨다. 얼음은 더 얇아지고, 녹는 시간은 더 짧아졌다. 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다. 바다에 저장된 열은 수십년 동안 남아 순환한다. 한 번 시작된 흐름은 쉽게 되돌려지지 않는다. 이미 계산에 들어간 에너지는 계속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대로라면, 미래의 해안선은 지금과 다른 위치에 그려질 것이다. 지금의 '평균'은 더 이상 기준이 되지 않고, 극단은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극은 맨 앞에서 그 변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장면은, 아직 도달하지 않은 다른 지역의 미래를 미리 비추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결과다.

 


*박치현은 공학 박사 학위를 소지한, 한국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환경 전문 기자이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