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피해복구에 민관군(民官軍) ‘구슬땀’
- Kathleen Hwang
- 8월 22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8일
한국 여성봉사활동 ‘정서적 복원’ 노력 눈길

가평군에서 폭우로 인해 주민들의 집과 삶이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김고은 세계평화여성연합(WFWP) 한국 회장은 망설이지 않았다. “간단했다. 그분들에게 도움이 필요했고, 우리는 도와야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틀 만에 여성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작은 ‘군대’를 조직해 피해자들에게 물자를 지원하고, 위로와 안정을 제공했다.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참사
2025년 7월 중순, 한국은 최근 기억에 남을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 중 하나를 겪었다. 7월 16일부터 시작된 폭우로 인해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 재난으로 전국에서 최소 24명이 사망하고 초기 십수 명이 실종되었다. 1만 5000여명의 주민이 대피하였고 수천 가구의 주택과 농장, 인프라가 심하게 손상되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두 지역 중 하나는 이 나라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경기도 가평군이었다. 이 지역은 5일 동안 322mm(12.6인치)의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이 중 7월 20일 새벽에는 110mm(4.3인치)가 집중되었다. 산지가 많아 여름철에 인기 관광지로 꼽히는 이 지역은 갑자기 내린 폭우로 계곡에 위치한 마을과 캠핑장은 강물이 범람하듯 급속히 침수되었고, 도로가 강으로 변하거나 산사태로 매몰되었으며, 다리는 붕괴되었다.

가평에서는 현지 주민과 캠핑객을 포함해 7명이 사망했다. 4000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으며, 물과 진흙에 한동안 고립되어 1300여 명이 임시 대피소로 이동했다.
서태원 가평군수는 즉시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각 읍면과 리 지역에 공무원 팀을 파견하고 중장비(굴착기, 덤프트럭, 펌프 트럭 등)를 투입했다. 군 부대는 강둑 강화와 잔해 제거를 위해 동원되었다.
매일같이 현장 상황을 직접 점검한 서태원 군수는 “군 장비와 병력은 민간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 지역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가장 큰 도전은 피해 규모로 인해 모든 지역을 동시에 복구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자원과 장비가 부족하고 산사태 위험 지역은 접근이 어려웠다. 일부 마을은 도로와 다리가 완전히 파괴되어 구호물자를 헬리콥터로 운반해야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 군수는 가평지역이 속해 있는 경기도 김동연 도지사에게 재난 상황을 보고했다. 김 도지사는 7월 20일 현장에 방문했으며, 이후 수일간 추가 방문을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그는 지원본부를 설치하고 공무원 자원봉사대원을 파견했으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가평군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행안부는 가평군을 6개 특별재해지역 중 하나로 지정하고, 공공 시설과 개인 가구의 재건을 위해 재난복구자금을 지원했다.
확대된 예산으로 김 지사는 소상공인, 농가, 유가족에게 도(道) 재난지원금을 배분할 수 있게 되었다.
WFWP의 폭우 피해복구 청소 활동
정부와 군대가 제방 안정화, 임시 다리 건설, 안전 통로 확보에 힘쓰는 동안에 지역 주민들(많은 이들이 노인층)은 집 안의 진흙을 제거하고 생계를 복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가평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와 심각한 피해 보도를 접한 WFWP 한국본부의 여성들은 즉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김고은 회장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절박한 지원이 필요했다. …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연대와 공감의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는 깊은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WFWP는 각 지부를 통해 봉사 참여 캠페인을 시작했다. 첫 2일 동안 110명이 참여했으며, 이후 2주 동안 한국 전역의 65개 WFWP 지부에서 4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참가자에는 WFWP 회원과 그 가족(배우자와 자녀), 학생들, 종교 간 평화 활동가들이 포함되었다.
김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업무 일정을 조정하거나 개인 휴가를 내어 참여했으며, 이는 특별한 연대와 공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서 “우리의 행동 계획은 두 가지 핵심 원칙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신속한 동원과 진심 어린 봉사활동이다.”라고 강조했다.
가평군청은 재난 복구와 인프라 재건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WFWP 자원봉사자들은 WFWP 가평지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피해 가구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조정하고 배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 회장은 말했다. “우리가 목격한 장면은 참혹했다. 집 안 곳곳이 진흙더미로 뒤덮여 있었고, 전기와 통신이 두절되어 노인 분들은 고립되어 있었으며, 가족들은 물질적·정서적 손실로 인해 절망에 빠져 있었다. 눈에 보이는 파괴 너머로, 지역사회에는 깊은 무력감과 슬픔이 감돌고 있었다. 우리 자원봉사자들은 잔해 청소를 돕는 것뿐 아니라 정서적 위로를 제공했으며, 단순히 함께 있고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지역 여성단체와 교회 네트워크는 현장에서의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으며, 긴급 지원이 필요한 취약 가구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김 회장은 “그들의 협력이 각 피해지역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WFWP는 노인요양시설의 진흙과 잔해물 정리, 주방과 커뮤니티 공간 복구, 임시 식사 장소 마련, 기본 위생 지원 등을 돕는 팀을 구성했다. 팀들은 진흙으로 뒤덮인 복도와 식당을 수작업으로 청소하며 교대근무를 진행했다. 농경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돌과 나뭇가지로 어지러운 밭을 정리하고 새로운 작물을 심는 데 일조했다. 각 자원봉사 그룹은 경험이 풍부한 지역 조정관의 지도로 질서와 안전을 도모했다.

작업은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헌신적이고 끈기 있게 복구작업에 임했다. 지원에 동참한 시노하라 치노 WFWP 강원지부장은 "더운 날씨였지만 침수된 주택을 청소하고 가구와 가전제품을 정리하며 나뭇가지와 막힌 배수구 잔해들을 제거했다"면서 "봉사단에는 특히 휴가 중인 젊은이와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WFWP 지부들은 회원들로부터 기부금품을 모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식량과 생활 필수품을 제공했다.
김 회장은 “우리는 이재민들로부터 깊은 감사와 진심어린 감동의 말을 들었다. 특히 졸지에 가족과 이웃을 잃은 일부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런 참사 속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여러분이 와서 도움을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기적 영향
재난 발생 한 달 후, 많은 주민들은 여전히 삶을 재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 군수는 “가장 큰 문제는 주택”이라면서 안타까운 실정을 전했다.
“대부분의 가구는 긴급 수리를 통해 수돗물과 전기, 통신 서비스가 복구되었지만, 집이 완전히 파괴된 주민들은 장기적인 대체 주택이 필요하다. 이번 수해로 많은 주민들이 기본 생활필수품을 모두 잃고 생계수단마저 잃었으며, 가구와 농기계도 사라졌다.”
서 군수는 해당 지역의 인프라를 완전 복구하는 데는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온실, 저장시설, 작물 피해로 수확과 출하가 중단되었다. 관광 분야에서는 주요 등산로와 캠핑장이 손상되어 수많은 예약 취소로 이어졌다. 지역경제는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었다.”
경기도와 가평군은 복구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안전성을 강화해 재발 방지를 꾀하고 강물길의 복원, 배수시설 확충, 제방 강화 등으로 새로운 이상향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래 대응을 위한 시사점
서 군수는 이번 경험을 통해 “초기 대응 속도가 피해 규모를 결정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 충분한 장비와 인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마을 단위 조직과의 협력을 통해 초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주민들을 위한 대피 훈련을 하는 것도 필수적이었음을 강조했다.
김고은 WFWP회장은 “이번 경험을 통해 세 가지 핵심 교훈을 얻었다: 사전 대비 시스템의 필요성, 강력한 지역 파트너십의 중요성, 그리고 재난 대응에서 정서적 돌봄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연재해가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전국에 여성 주도형 지역 긴급 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네트워크는 위기 심리학 교육과 신속대응 조정 훈련을 통해 조직의 회복력과 대비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적 지원은 재난 대응에서 자주 간과되는 요소이지만, WFWP와 같은 비정부기구(NGO)가 독특한 위치에서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서 군수는 “이같은 지원은 피해 주민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고,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었다. 물질적 지원도 중요했지만, 현장에서 함께 흘린 땀과 눈물로 위로와 힘을 전하는 것은 주민들의 회복 의지를 한층 강화시켰다”고 강조했다.
WFWP의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가평군 주민들에게 장기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며, 피해자들의 삶이 정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많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그곳에서의 활동이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초기에는 피해의 규모가 압도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감정적 분위기에서도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집들이 다시 살만 한 곳이 되었고, 미소가 서서히 돌아왔다. 이웃들이 서로 돕기 시작했다. 이는 진심 어린 작은 행동이 깊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상기시켜주었다.”
김 회장은 이것이 WFWP의 사명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자원봉사는 우리에게 단순히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존재의 핵심이다. 이는 창설자인 한학자 총재께서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어머니의 마음으로 인류를 포용하고 섬기며 치유하라’는 말씀을 실천에 옮긴 순간이었다. 이것이 세계평화여성연합의 창립 정신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지속 가능한 평화의 시작이다.”
*필자인 캐슬린 황은 한국에 거주하는 작가이자 편집자이다. 그녀는 과거 미국의 워싱턴타임스 기자, 유나이티드 프레스 인터내셔널 특파원, 그리고 아시아 리터러리 리뷰 편집자로 근무한 바 있다.
이 수해복구 현장을 취재하면서 필자는 서태원 가평군수, 김고은 WFWP 한국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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