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전 세계에 ‘약물 내성 세균’ 경보

최종 수정일: 3월 12일

'슈퍼버그'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함에 따라 보건 당국은 여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축산업에서 항생제를 남용하면 사람에게 항생제 내성(AMR)이 생길 수 있다.
축산업에서 항생제를 남용하면 사람에게 항생제 내성(AMR)이 생길 수 있다.

항생제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의학 발전 중의 하나이다. 항생제의 광범위한 사용은 의료 분야에 혁신을 일으켰고, 전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을 늘렸으며, 한때 치명적이었던 세균 감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하여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슈퍼버그’의 출현, 즉 항생제 내성 세균, 더 넓게는 바이러스와 곰팡이를 포함한 다양한 미생물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AMR)으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의학 연구자, 의약품 개발자, 제약회사들은 보건 당국 및 NGO(비정부기구)와 협력하여 AMR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접근법을 찾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치료법 개발,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 장려, 내성 병원균의 확산 방지 방법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



항생제의 역사


수천 년 동안 폐렴, 결핵, 패혈증, 수막염 등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질병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종종 치명적이었다. 1300년대 중반에는 페스트균에 의한 흑사병이 유행하여 전 세계적으로 7500만~2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치명적인 질병은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었다. 현대 항생제의 시대는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사건은 박테리아를 효과적이고 선택적으로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약물의 시작을 알렸다.


1940년대에 이르러 항생제가 널리 보급되었다. 페니실린은 2차 세계대전 중 상처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고대 질병인 임질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했다. 항생제는 기존 감염을 치료하는 것 외에도 수술 후 감염 위험을 크게 줄임으로써 안전한 수술과 복잡한 의료 시술과 같은 주요 의학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항생제는 효과가 뛰어나고 제조 비용이 저렴하여 동물의 건강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농업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항생제는 기적의 명약으로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항생제 오남용으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또는 ‘슈퍼버그’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항생제 내성세균(AMR)을 세계의 주요 보건 문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한때는 세균을 말살했던 약물이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이에 반응하지 않는 미생물 병원균이 등장하여 발생한 사망자는 이미 수백만 명에 달했다.



항생제 내성의 진전


항생제 내성에 대한 투쟁은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었다.


슈퍼버그가 처음 널리 알려진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페니실린의 대량 사용 직후 페니실린 내성 박테리아인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출현한 것이다. 1959년 페니실린 내성 박테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획기적인 새로운 항생제 메티실린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1961년에는 이미 메티실린 내성 MRSA의 균주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냉혹한 발전은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빠르게 적응하는 기이한 능력을 보여 주었고, 신중한 사용과 새로운 치료법의 지속적인 개발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MRSA를 섭취한 인간 호중구(신체 중요 방어기능을 하는 백혈구 일종)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NIAID)/위키미디어
MRSA를 섭취한 인간 호중구(신체 중요 방어기능을 하는 백혈구 일종)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NIAID)/위키미디어

항생제 내성은 박테리아가 유전자 돌연변이, 자연 선택, 유전적 요소의 전달을 통해 자신을 죽이도록 설계된 약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할 때 발생한다. 더 많은 항생제를 사용할수록 박테리아에 대한 선택적 압력이 커져 내성 발현이 가속화된다.


결국 항생제는 원래 박테리아 균주를 제거하지만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변종 박테리아는 남아서 통제할 수 없이 계속 증식한다. 그렇게 되면 한때 기적적이었던 항생제는 더 이상 효과가 없게 된다.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 해로운 박테리아가 ‘슈퍼버그’가 된 것이다.



다가오는 글로벌 보건 위기


AMR과 슈퍼버그의 확산은 인류를 다시 일반적인 감염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글로벌 보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2022년 랜싯에 게재되고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2019년 항생제 내성 위협 보고서 언급된 연구따르면, 2019년에 세균성 AMR는 전 세계적으로 127만 명의 사망자를 유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 랜싯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2021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471만 명이 세균성 AMR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연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1년까지 5세 미만 아동의 AMR 관련 사망률은 50%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70세 이상 성인의 사망률은 80% 이상 증가했다.


2024년 랜싯 연구에 따르면 MRSA로 인한 사망자는 1990년 이후 두 배로 늘어 2021년에는 약 68만 명에 달했다. "카바페넴(광범위 항생제)에 대한 내성은 다른 어떤 항생제 계열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고 한다.


2016년, 항균제 내성에 대한 리뷰에서는 이 위협에 완전히 대처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AMR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세계은행은 AMR이 2050년까지 전 세계 GDP를 3.8% 가까이 감소시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MR 대응 전략


AMR로 인해 인류에게 급증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공동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대처하고 항생제의 지속적인 효능을 보장하며 공중 보건을 지키고자 하는 다양한 전략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 항생제 관리: 항생제 사용은 알려진 감염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의료 전문가 교육과 훈련은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에 대한 태도를 개선하고 복용량 준수를 보장하며, 치료 결과를 추적하기 위해 환자 후속 조치를 장려할 수 있다.

  • 감시 및 모니터링: 감시 시스템은 현재 항생제 내성 감염을 추적하고 시간 경과에 따른 추이를 모니터링하는 데 필요하다. WHO와 미국 CDC는 광범위한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 새로운 항생제 개발: 내성이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종류의 항생제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항생제 발견 속도는 느려졌는데, 이는 부분적으로는 항생제가 다른 약물에 비해 제약회사의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정부와 보건기관은 양여금, 보조금, 민관 파트너십을 통해 항생제 연구개발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 새로운 치료법의 연구개발: 박테리아 감염과 싸우기 위한 대체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다. 여기에는 항균 펩타이드, 면역요법, 특정 박테리아 병원체를 공격하기 위해 주요 바이러스를 배치하는 파지(phage) 요법 등이 포함된다.

  • 농업용 항생제 사용 줄이기: 농업에서의 항생제 사용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위생을 높여 감염을 예방하고 항생제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동물복지를 개선하는 정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 글로벌 협업: AMR은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글로벌 이슈이다. WHO의 항생제 내성에 관한 글로벌 행동계획과 같은 노력은 국제적인 규모의 내성 퇴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노력 진행 중


올해 WHO는 11월 한 주를 AMR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AMR의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특별 주간으로 지정했다.


한편, 올해에는 AMR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다른 글로벌 모임도 개최되었다:



  • 유엔 총회 고위급 회의(HLM)

지난 9월, 유엔 총회항생제 내성에 관한 제2차 고위급 회의(HLM)를 개최했다. 각국은 2030년까지 세균성 AMR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2019년 495만 명)를 10% 줄이기로 약속했다. HLM의 ‘정치적 선언’의 주요 골자는 "인간, 동물, 식물 보건에서 AMR에 대응하기 위한 거버넌스 메커니즘 강화, 원헬스(One Health) 접근법 사용"과 같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리액트 아프리카(ReAct Africa) 소장인 미르핀 음두 박사2월에 열린 유엔 총회에서 "AMR과 원헬스 생태계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지역 및 국가적 대응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열망이 매우 크다."고 발언했다.  



AMR 글로벌 풍요 지도. 위키미디어
AMR 글로벌 풍요 지도. 위키미디어


  • 세계 AMR 회의

또한 9월에는 필라델피아에서 세계 AMR 회의개최되어 정부와 과학계, 산업계의 연사들이 "기초 연구부터 상업적 생산까지" AMR 완화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연사 중에는 미국 CDC와 보건복지부, AMR 액션 펀드, CARB-X대표들이 참여했다.


  • 리액트 아프리카 지역 AMR 콘퍼런스

리액트 아프리카는 지난 7월 잠비아에서 “AMR 대응을 위한 글로벌 책임: 아프리카 우선순위 투자"를 주제로 2024년 지역 AMR 연례 콘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웰컴 트러스트와 잠비아 보건부가 일부 자금을 지원하는 이 콘퍼런스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AMR 국가행동계획(NAP)의 개발 및 이행'을 강화하기 위한 상호 학습을 촉진한다.


  • BEAM 연례 AMR 콘퍼런스

지난 3월, 유럽 내 항생제 내성 퇴치 바이오테크 기업들인 BEAM은 제8회 연례 AMR 콘퍼런스 2024를 개최하며 "과학, 규제, 금융 및 정책 주제를 다룸으로써 AMR 제품 개발의 최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이라고 소개했다.


BEAM 콘퍼런스에는 일반적으로 항생제 내성 병원균을 퇴치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럽 중소 규모의 바이오테크 및 진단 회사 70여개사가 참여한다. 또한 BEAM 얼라이언스는 "유럽의 항균 연구개발 정책과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글로벌 행동계획과 고위급 약속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국제적 협력은 AMR이 국경을 초월한 공동의 보건 문제라는 인식을 강조한다. 이미 수백만 명의 목숨이 영향을 받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AMR 관련 사망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 신중한 항생제 관리, 새로운 치료법 개발, 보다 엄격한 농업정책 시행, 강력한 국제협력 증진을 통해 AMR 위기를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진정한 희망이 있다.



*리처드 박 학계와 생명공학 업계에서 29년간 감염병 과학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는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존스 홉킨스 대학교, 코넬 대학교, 예일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또한 박 박사는 뉴클릭스바이오의 연구이사를 지냈다. 현재 예일대학교의 주니어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