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생각할까?
ㅡ식물의 의사소통, 기억, 의사결정 능력 및 지각력을 시사하는 증거

수세기 동안 과학계는 식물을 그저 조용하고 수동적인 배경 정도의 존재로 여겨 왔다. 그러나 식물의 소통, 적응,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들이 이러한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식물이 복잡한 형태의 기억, 친족 인식, 그리고 분산형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이러한 능력이 식물의 지각 능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논의하는 가운데, 이 과학의 새로운 조류는 자연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려는 세계적인 움직임과 맞물리고 있다. 이러한 발전들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 도전장을 던지며, 우리에게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녹색 생태계가 기본적인 권리와 윤리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재고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1960년대 식물 실험
식물의 ‘사고(思考)’ 여부에 대한 논쟁은 1966년, 클리브 백스터(Cleve Backster)의 실험에서 비롯되었는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주장으로 본격화하였다. 이 실험은 식물이 인간의 생각을 감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었다. 백스터는 CIA의 거짓말탐지기 전문가로, 자신의 기계를 식물에 연결한 후, 예를 들어 불이 붙은 성냥을 식물에 대려고 생각만 해도 급격한 전기신호가 감지되었다고 한다.
백스터의 연구는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현된 적이 없으며, 대다수의 과학자들에게 거부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연구는 많은 이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기이하면서도 더 매혹적이고, 놀랍도록 역동적인 식물의 내면세계를 밝혀냈다.
오늘날, 나무와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있다.
연구자들은 나무들이 토양 속에 서식하는 곰팡이들의 집합체인 ‘균사체(mycelium)’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영양분을 교환하며, 주변 나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균사체는 균류(곰팡이)의 주된 몸체이다. 이는 땅속에서 해마다 살아남으며, 우리가 버섯이나 선반버섯 등으로 보는 일시적인 자실체(子實體: 곰팡이가 유성생식을 위해 포자를 맺는 다세포 구조물로, 흔히 버섯이라고 부르는 형태)를 위로 뻗어 올린다. 균사체는 나무의 줄기와 가지와 같으며, 버섯 등은 나무에서 자라 수확되거나 땅에 떨어져 썩어가는 과일과 비슷하다. 각 균사체는 ‘균사’라고 불리는 수백만 개의 미세한 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실들은 토양 속에 얽히고설키며 퍼져 있다.

미겔 세군도 오르틴(Miguel Segundo Ortín)은 스페인 무르시아대학교의 연구원이며, 미니멀 인텔리전스 연구소(MINT Lab)의 회원이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식물 행동과 인지능력의 과학적 원리를 탐구해 왔다.
오르틴 연구원은 <The Earth & I>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식물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면서 움직임이 없는 존재라는 관념을 뒤집는 데에 과학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말하였다.
“식물의 예측 행동, 의사결정, 수량 인식, 친족 인식과 기타 복잡한 행동 능력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그는 말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사고(思考)'에 해당하는 것일까?
식물의 의사소통
스페인 파이스바스코대학교의 철학 연구 교수이자 『식물의 사고(Plant Thinking)』라는 책을 저술한 마이클 마더(Michael Marder)는 식물이 지상과 지하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고, 여러 유형의 장단기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의사소통을 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더 교수는 영국과 브라질의 동료들과 함께 식물의 주의력에 대한 이론적·실증적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최근 식물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에 관한 미발표 과학 논문을 집필하였다.
그는 <The Earth & I>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가장 광범위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연구는 식물 조직과 기관뿐만 아니라 뿌리 끝, 잎의 표면, 또는 식물 전체와 외부 세계에 퍼져 있는 분열조직[성장점] 사이의 중간 영역까지 포함하는, 확장된(그리고 계속 확장되는) 식물 인지(認知) 모델을 제안했다.”고 말하였다.
연구 주제 중 하나는 의사소통이다. 과학자들은 이제 식물이 균사체 네트워크와 복잡한 뿌리 시스템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식물의 뿌리 체계는 단순히 식물의 성장을 돕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체계는 화학적 신호, 진동, 전기적 자극을 이용해 환경조건과 식물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정보를 같은 식물의 다른 부분이나 인근의 다른 식물들에게 전달한다.
뿌리 체계는 곰팡이와 상호작용하여 이른바 균근(”곰팡이 뿌리”를 의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 네트워크는 식물들을 연결하여 물과 영양분을 공유하고 위험신호를 전달할 수 있게 한다.
균근 시스템은 식물 뿌리 주변에 존재하며, 균사체의 실과 같은 균사들은 공생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식물은 토양에서 영양분을 얻는 대가로, 광합성을 하지 않는 균류가 필요로 하는 것, 즉 녹색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생성된 당분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네트워크는 식물이 주변 식물들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식물은 또한 더 먼 거리까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방출할 수 있는데, 이는 포식자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생말벌과 같은 종(種)을 유인할 수 있다. VOC는 다른 식물들에게 해충과 위협에 대비해 자체 방어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식물의 기억
또 다른 연구 영역은 우리가 대체로 포유류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여기는 '기억'에 대한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식물은 후성(後成)유전적 기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식물은 환경조건으로부터 '학습'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억을 자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요크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식물이 VIN3와 VRN5라는 두 가지 단백질을 통해 '겨울 기억'을 간직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추운 환경에서는 이 단백질들이 모여 크기가 두 배로 늘어난다. 마크 리크(Mark Leake) 교수에 따르면, “이 오래 지속되는 단백질 덩어리들은 소형 '기억 허브'처럼 작용하여, 식물이 겨울을 지내고 나면 이제 새로운 성장을 시작해야 할 때임을 기억하도록 돕는다.”
식물은 또한 '스트레스 프라이밍(stress priming)'을 수행할 수 있다. 즉, 해충의 공격과 같은 경미한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후성유전적 변화를 통해 반응한다. 이를 통해 식물은 훨씬 더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에 맞서 더 효과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된다.

예를 들어, 영국 버밍엄대학교의 에스트렐라 루나-디에스(Estrella Luna-Diez) 박사와 동료들이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 나무들은 가뭄 내성과 흰가루병 저항성을 포함한 회복력을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가지 사례(그 밖에도 더 많은 사례가 있다)는 흔히 포유류의 능력으로 여겨지는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이 사고나 지각 능력에 해당할까?
오르틴 연구원에 따르면,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아직 확실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식물이 지각 능력이 없다(또는 가질 수 없다)는 많은 주장은 입증되지 않은 선험적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 [그의 연구가] 제안하는 바는 식물의 지각 능력에 대한 가설을 선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하기보다는, 반증 가능한 과학적 가설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이자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의식'의 재정의?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식물이 지각 능력을 갖고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지만, 어쩌면 이는 지각 능력에 대한 우리의 인간 중심적 관점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피렌체대학교 소속의 세계적 식물 신경생물학자(관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최첨단 용어일 수 있음) 스테파노 만쿠소 교수는 우리가 '의식'이나 '지각 능력'과 같은 개념에서 벗어나 식물의 능력을 설명하기 위해 “인지(awareness)”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능이 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분산된' 것으로 달리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식물의 의사결정은 특정 부위에 집중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뿌리 체계, 줄기, 잎 전체에 걸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만쿠소 교수는 우리가 인간을 지구상의 생명체 중 정점, 즉 가장 높고 진보된 종(種)으로 중심에 두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사고방식의 결과가 훼손된 자연경관, 다른 종의 멸종, 기후온난화 등 곳곳에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오르틴 연구원은 이를 동물 윤리와 비유한다. “대부분의 동물 윤리 이론(물론 전부는 아니지만)은 지각 능력이 도덕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인간 이외의 동물은 주관적인 관점을 갖고 있으며 감정을 느낄 수 있으므로 '도덕적 환자'로 인정된다.” 여기서 '도덕적 환자'란 부당한 해(害)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는 존재를 의미하는 철학적 용어이다.
식물에게도 일종의 지각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이러한 사고방식이 식물에게도 두루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어떤 윤리적 함의를 가질지에 대해 확고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한다.

더 넓은 의미의 도덕성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직접 체험한 의식을 바탕으로, 동물과 식물, 심지어 자연 시스템 전체가 '도덕적 주체'로서 대우받아야 한다고 이미 결론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2026년 8월, 미국 오리건주의 일부 시민들은 한 카운티 내 모든 유역을 존재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연의 권리' 주민 발의안(Measure 20-373)을 통과시키려 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자연이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고, 번성하며, 재생하고, 진화할 권리가 있다고 전제하는 '자연의 권리' 의제는, 세계 속에서 자연—곧 동물, 식물, 토양, 물 등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관점에 근본적인 도전장을 내민다. 이는 많은 세계 지도자들이 더욱 공격적인 착취주의로 치닫는 바로 그 시점에, 우리가 자연과의 관계를 성찰하도록 촉구한다.
이 새로운 권리 체계는 식물의 지능과 능력에 대한 진전된 사고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그러나 마더 교수는 <The Earth & I>와의 인터뷰에서, 식물의 지능과 권리 체계가 내포하는 윤리적 함의를 인간이나 동물의 지능, 그리고 인간이나 동물의 권리와는 매우 다른 것으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 그리고 어느 정도는 동물의 권리도 개별 주체를 전제로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식물의 지능은 생태계 내에 위치하며, 식물 생명과 장소 사이에는 공생 관계가 존재한다. 그는 식물이 “개인주의적인 인격 개념에서 비롯된 윤리적·정치적 딜레마 중 일부를 해결해 준다.”고 주장한다. 슬로건처럼 표현하자면 “식물의 권리는 환경의 권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인간이 식물의 '지각 능력(sentience)'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 즉 환경과 더 공동체적이며, 지구와 연결되고, 공생적이며, 존중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의 권리'라는 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해 준다. 자연이나 나무에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극단적인 환경운동가들의 변두리 관심사가 결코 아니며, 오히려 과학과 모든 생명체의 위치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지향하는 방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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