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전은 왜 일어났는가?
- David Dodge
- 6월 16일
- 5분 분량
전문가들, '갑작스런' 15기가와트의 전력손실 원인 분석

2025년 4월 28일,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15기가와트의 전기가 순식간에 전력망에서 사라지면서 6000만 명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이 연쇄적인 정전 사태는 12~14시간 동안 기업과 운송 및 기타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대기 진동, 유럽 전역의 주파수 진동, 전력망 관성 부족, 제어 시스템 고장 등 기타 여러 요인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신속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가 문제였을까?
투자자이자 고문이며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의 설립자인 마이클 리브레익 (Michael Liebreich)은 <지구와 나(The Earth & I)>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질문"이라고 말한다.
20년 전 스페인의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8%였다. 현재 이 비율은 56%까지 급증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전이 발생하기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재생에너지 지지자들은 스페인이 단 하루 만에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100% 생산한다고 축하했다.
리브레익은 "물론 2주 후에 정전이 발생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전력계통 안정성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비난을 받았다."면서 전력 수요를 충족하려면 "전압과 주파수를 관리하고, 이 엄청나게 복잡한 시스템 전반에 걸쳐 온갖 종류의 고조파와 아티팩트를 처리하기 위해 매우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전력망을 다시 가동하려면 '블랙 스타트' 기능, 즉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를 가동할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브레익은 디젤 발전기나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지만, 풍력과 태양광으로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이 시스템은 엄청나게 복잡해서 공식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스페인 관리자에게 연락했지만, 그들은 원인에 대해 언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현재 조사 중이며, 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유럽 전력망은 발트해 연안 공화국에서 포르투갈 국경 끝자락까지, 그리고 물론 발칸 반도까지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주파수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주파수 조정이 필수
북미 전력망은 60Hz(헤르츠)에서 작동하는데, 유럽 전력망은 50Hz에서 작동한다. 리브레익은 "(스페인의) 모든 전력 장비는 해당 주파수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 상황을 자동차의 속도조절장치에 비유한다. 운전자가 크루즈 컨트롤을 시속 약 96km로 맞춰 놓고 "속도가 약 94km에서 약 96km 사이로 유지되면 범칙금 딱지를 떼이지 않는다.
하지만 크루즈 컨트롤이 고장 나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속 약 104~120km 사이로 주행하면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전력망에서는 관성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는 "일반적으로 큰 회전 자원은 전력망의 속도 증가와 감소를 막고 전압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것을 방지한다."라고 말한다.
단락전류와 블랙 스타트 기능과 같은 전력계통 서비스는 전력망의 급격한 변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무효전력과 같은 서비스는 로코프(RoCoF : 주파수 변화율)를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전 전 발생한 이상한 현상들
정전 전에는 이상한 아티팩트와 고조파, 그리고 튀는 주파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 물리학자 필리프 자코드는 라트비아의 전력망에서 이러한 진동을 발견했다.

리브레익은 “심장 박동과 같은 현상에 비유할 수 있다. 전기 신호가 튕겨 나가기 때문에 심장에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현상이 이 시스템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주파수가 균형을 잃으면 발전소가 가동을 멈춘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발전소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여 갑자기 15GW의 전기가 갑자기 끊길 수 있었을까?
리브레익은 "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해당 발전소들이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두 동일한 주파수에 정지하도록 설정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한다. 이번 사태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는 최소 10개 영역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스페인 정전의 원인은 추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전력망 관성
전력망 관성은 전력 공급량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주파수 변동에 대해 전력망이 갖는 저항을 의미한다. 발전기와 같은 회전 에너지원은 마찰로 속도가 느려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관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감속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 것과 비슷하다.
수력, 가스, 원자력 터빈은 이러한 전력망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풍력 터빈도 어느 정도 관성을 제공할 수 있지만, 태양광은 그렇지 않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면 전력이 사라진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15GW의 전력 생산이 단 몇 초 만에 중단되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스페인 관리들이 자세한 분석을 기다리고 있지만,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전력망 운영사인 REE의 베아트리스 코레도르 회장은 기록적인 수준의 재생에너지가 정전의 원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급격히 분산된 전력망을 안정화할 방법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배터리가 수천 개의 분산형 에너지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전력망 현대화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배터리는 독일인들이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 바람이 불지 않거나 햇볕이 오랫동안 비치지 않는 기간)라고 부르는 침체 상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리브레익은 "배터리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재생에너지 옹호론자나 화석연료 옹호론자 모두 주장하지 않는 확실한 해결책이 있을지도 모른다.
가변형 가스
한 가지 해결책은 가스를 일부 보유하는 것이다. 핀란드 기업 배르트실래(Wärtsilä)의 안데르스 린드베리 대표는 최근 발간한 <넷제로로의 전환점(Crossroads to Net Zero)> 보고서에서 "가변형(flexible) 가스"라고 부른다. 리브레익은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 ‘클리닝 업(Cleaning Up)’에 린드베리를 초대했다.
가변형 가스 발전소는 빠른 시동 시간과 낮은 최소 가동률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높은 램핑 용량을 갖추고 있어 출력을 빠르게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일반 가스 발전소는 가동률이 높고 시동에 몇 시간이 걸리며, 소위 기저부하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전력망을 높은 배출량에 묶어두는 반면, 가변형 가스 발전소의 역할은 전력망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능한 한 저렴한 재생에너지를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린드베리의 회사는 가변형 가스 발전소에 이상적인 엔진을 생산한다.
75%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만 25%의 석탄을 사용하는 칠레를 생각해 보자.
석탄 사용을 중단하고 4%의 가변형 가스로 전력망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하면 석탄 배출량의 12분의 1을 줄일 수 있으며,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전력망 보호에도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저탄소 전력망을 구축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력망, 전력계통 안정화 서비스(예: 블랙 스타트 서비스), 그리고 변화를 추적하고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화와 인공지능에 투자할 것을 촉구한다.
재생에너지 탓하기
재생에너지는 저렴한 전력을 공급하지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준다. 하지만 기존 산업계 옹호자들이 전력망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재생에너지를 탓해 온 오랜 역사가 있다.
텍사스에서는 한파로 얼어붙은 석탄 더미가 발생하고 겨울철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가스 펌프장이 고장 나면서 재생에너지에 관한 비난을 받았다. 텍사스 대학교 에너지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각 기술 범주(천연가스 화력발전소, 석탄발전소, 원자로,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시설) 내 특정 발전소가 예상 발전량 수준으로 가동되지 못했다."고 한다.
호주에서도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재생에너지가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남호주는 재생에너지에서 한발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그 비중을 두 배로 늘려 (문제 발생 당시) 재생에너지 비중을 41%에서 2023년에 75%로 성공적으로 끌어올렸으며, 심각한 정전 사태 이후에도 100% 재생에너지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보도(6월 17일)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전력망 운영사인 레데이아(Redeia)가 시스템의 정확한 에너지 믹스를 잘못 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일부 재래식 발전소나 석탄, 가스, 원자력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가 적절한 전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해 전력망이 전압 급등에 대처하지 못하고 발전소 단전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여 결국 정전으로 이어졌다"고 비난했다.
전력화는 진행 중이며, 그 뒤에는 수조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 산업들은 이러한 혁명에 분명히 위협받고 있지만,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청정 에너지 투자액은 2025년에 3조30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새로운 에너지 현실에서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력망 현대화에 투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데이비드 도지는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사진작가이며 청정 에너지, 교통, 건물에 관한 마이크로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그린 에너지 퓨처스’(GreenEnergyFutures.ca)의 진행자 겸 프로듀서이다. 그는 신문사와 잡지에 기고해 왔으며, 캐나다 에드먼턴 소재 CKUA라디오에서 350개 이상의 ‘에코파일(EcoFile)’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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