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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자연 재해

불로 불을 끈다

10월 20일
5분 분량

ㅡ계획된 ‘소각’이 미국 서부의 재앙적인 산불을 막을 수 있는 이유




*고든 케언스(Gordon Cairns)


미국 오리건주 블루마운틴에 위치한 말휴어 국립산림.  이곳에서 계획된 소각이 실시된 지 6개월 후의 혼합 침엽수림. 사진 제공: 제임스 존스턴
미국 오리건주 블루마운틴에 위치한 말휴어 국립산림.  이곳에서 계획된 소각이 실시된 지 6개월 후의 혼합 침엽수림. 사진 제공: 제임스 존스턴

수 세대에 걸쳐 미국인들은 산불을 적으로 여기도록 교육받아 왔다. 불길은 드넓은 면적의 산림을 '파괴'하고, 소방관들은 화염과 '사투'를 벌이며, ‘성공적인 산불 관리’는 불을 가능한 한 빨리 진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산불 과학 연구가 점점 더 축적되면서, 이러한 익숙한 이야기는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일부 지형에서는 위험할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임을 시사한다.


불은 많은 북미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생태학적 과정이다. 일부 숲은 빈번하고 강도가 낮은 화재와 함께 진화해 왔으며, 이러한 화재는 쌓인 식생을 제거하고 영양분을 순환시키며 회복력 있는 지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1세기 이상 지속된 인위적인 '화재 차단' 정책, 즉 계획 소각을 실시하지 않고 알려진 화재를 신속히 진압하는 정책은 벌목, 방목, 화재 취약지역의 개발, 가뭄, 기후온난화와 맞물려 많은 지역의 화재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계획 소각의 필요성


현재 전국의 산불 전문가들은 산불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계획 소각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를 두고 필자와 전문가 그룹이 진행한 온라인 토론에서, 콜로라도주립대학교 공공토지정책그룹(Public Lands Policy Group)의 선임연구원인 미셸 그라이너(Michelle Greiner)는 '불로 불을 막는 것'이 태고적부터 숲의 순환과정에서 필수적인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서부 지역에는 화재에 적응해 온 산림이 있다. 화재가 부정적인 것이라는 오해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라이너 연구원은 말했다.


“인류가 등장하기 전에는 [불이] 아주 낮은 강도로 자연스럽게 타올랐다. 우리가 이 지역에서 불을 차단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오히려 [더 큰] 수관(樹冠, 나무의 윗부분) 화재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고 그녀는 말하며, 숲 속 나무의 꼭대기, 즉 수관을 따라 빠르게 번지는 치명적인 산불을 언급했다.


“이 숲들은 본래 산불이 발생하는 생태체계에 속해 있어야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가 그 요소를 생태계에서 제거해 버린 결과, 자연 생태체계에 속하지 않는 더 크고 파괴적인 산불이 발생할 여지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화재 부족' 문제의 해결


2025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최근 소실 면적이 증가했음에도 북미의 다양한 산림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화재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800개 이상의 나이테 및 화재 흔적 지점을 분석한 결과, 2020년 화재 연도에 연구 대상 지역의 약 6%가 소실된 것으로 확인하였다. 이는 역사적 평균과 비슷하며, 1748년에 소실된 29%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다.



2020년 6월 23일, 애리조나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산불인 '맹검 화재(Mangum Fire)'를 지켜보는 소방관들. ©Mike McMillan/USFS, 위키미디어 공개 도메인
2020년 6월 23일, 애리조나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산불인 '맹검 화재(Mangum Fire)'를 지켜보는 소방관들. ©Mike McMillan/USFS, 위키미디어 공개 도메인

오리건대학교의 산불 생태학 전문가 제임스 존스턴(James Johnston) 교수는 '화재 결핍'의 균형을 바로잡으려면 산불의 연료가 되는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 소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불로 불을 진압한다는 것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사실 이는 특히 미국 서부에서 산불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라고 오리건대학교 '탄력적인 조직·지역사회·환경 연구소(Institute for Resilient Organizations, Communities, and Environments)'의 조교수인 존스턴은 말하였다.


“대규모의 심각한 산불을 유발하는 원인은 산림 지면에 쌓인 죽은 연료다.”라고 그는 말한다.


존스턴 교수는 산불에 대한 또 다른 흔한 오해를 바로잡았다. “산불에 관한 일종의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잘 모르는 점인데, 불타는 것이 반드시 살아 있는 나무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산불이 발생하였을 때 연소되는 살아 있는 나무의 비율은 매우 낮다.”


그는 수십년에 걸쳐 쌓인 가연성이 높은 산림 바닥의 낙엽을 제거하는 데 긁어모으거나 수거하거나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는 것보다 소각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계획 소각은 실제로 미국 서부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산불의 영향을 완화하는 핵심 수단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산맥에 위치한 요세미티국립공원의 혼합 침엽수림에서 진행 중인 계획 소각. 사진 제공: 제임스 존스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산맥에 위치한 요세미티국립공원의 혼합 침엽수림에서 진행 중인 계획 소각. 사진 제공: 제임스 존스턴

대규모 적용의 과제


계획 소각이 통제 불능의 산불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필요한 규모로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필요한 규모로 계획 소각을 실시할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 서부에는 연료가 축적되어 빠르게 확산되는 고강도 산불에 극도로 취약한 수백만 헥타르의 토지가 있으며, 실제로 수백만 헥타르에 걸쳐 계획 소각을 해야 한다.”고 존스턴교수는 말했다.


“안타깝게도 여러 규제상 제약과, 무엇보다도 기관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우리는 대개 연간 수만 헥타르만 관리하고 있다. 필요한 공간적 규모로 계획 소각을 실시하는 데 상당히 뒤처져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라이너 연구원은 자원, 장비, 인력의 부족이 캘리포니아에서 계획 소각을 수행하는 데 구체적인 장애물이라고 덧붙였으며, 이는 서부 전역에 걸쳐 마찬가지라고 믿고 있다.


“통제된 소각을 준비하려면 적절한 장비와 인력이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부분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원래 통제된 소각 업무에 배정되었던 많은 인력이 대개 산불 진화 현장으로 투입된다. 이것이 우리가 듣는 주요 장애물 중 하나다.”고 그녀는 말하였다.


또 다른 장벽은 대기 조건이다.

“자금 및 역량 문제 외에도 소각할 수 있는 기간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각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대기 질이 양호한 시기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대기 질이 양호해 보이는 날이 있더라도, 반드시 소각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다.”라고 그라이너 연구원은 말했다.


오리건대학교 산불 연기 연구 및 실무 센터의 책임자인 제스 다우니(Jess Downey)는 오리건주가 다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봄철 소각 시기와 산불 시즌 사이의 기간이 짧아지고 있으며… [그리고] 산불 시즌은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도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수반되는 위험


존스턴 교수는 ‘계획 소각’에는 두 가지 기본적인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첫째는 불이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지는 것이지만, 실제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그는 말했다.


“두 번째 위험은 연기 발생이다. 계획 소각에는 연기가 수반되어 취약 계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기의 영향은 산불에서 발생하는 연기보다 훨씬 작을 뿐 아니라, 오히려 대규모 산불로 인한 연기의 영향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평가해야 할 기본적인 상충 관계다.”


그는 이어 “계획 소각의 주요 이점은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기가 주거지역에서 멀리 이동하거나, 바람이 연기를 주거지역 위에 가두지 않고 흩어지게 하는 기상조건을 골라 작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오리건주 캐스케이드산맥 동부의 데슈츠 국립산림에서 계획 소각이 실시된 지 3개월이 지난 폰데로사 소나무 숲. 사진 제공: 제임스 존스턴
미국 오리건주 캐스케이드산맥 동부의 데슈츠 국립산림에서 계획 소각이 실시된 지 3개월이 지난 폰데로사 소나무 숲. 사진 제공: 제임스 존스턴

지역사회에 알리기


연기와 공중보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다우니는 계획 소각을 지역사회에 알릴 때 연기와 관련된 공중보건 문제를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사회에서는 계획 소각철에 대비하는 일을 산불 시즌 대비와 동일하게 여기고 있다. 즉,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고 연기 노출을 줄이는 데 필요한 물품을 갖추는 것이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소각 전 건강 안내 메시지에는 대중에게 연기용 박스형 선풍기 필터를 설치하는 방법, 공기청정기를 구입할 수 있는 곳,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 시기 등을 알려주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공중보건 당국과의 소통, 홍보, 연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공중보건 당국은 지역사회 기반 단체들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이 단체들은 지역사회에서 어떤 행사에 참여해야 하고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지역사회의 지지 확보


다우니의 동료이자 오리건대학교 산불 연기 연구 및 실천 센터 소장인 하이디 후버 스턴스(Heidi Huber Sterns)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사람들이 계획 소각의 역할과 이점을 이해하더라도, 반복되는 대기 질 문제로 인한 피로감이 소각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실행 가능한 지침은 연기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우니는 사람들이 계획 소각의 목적을 이해하면 대개 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계획 소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조사했을 때, 동료 심사를 거친 문헌에서는 대중이 일반적으로 계획 소각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획 소각이 산림 건강과 산불 위험 감소를 위한 수단으로 제시될 때 더욱 그러했다.”고 다우니는 말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시민들이 '불로 불을 끄는' 역설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라이너 연구원은 말했다.

“주로 캘리포니아에서 진행한 우리 연구에 따르면, 대중은 일반적으로 [계획 소각에] 더 지지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특히 지난 몇 년간 매우 심각한 산불 시즌을 겪은 이후에는 더욱 그러했다.”고 그라이너 연구원은 말했다. “이는 사람들이 계획 소각의 '불로 불을 끈다'는 개념에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교육 및 대중 홍보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존스턴 교수는 여전히 직면해 있는 과제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후변화는 물론 '과거의 토지 이용 역사로 인해 지면에 엄청난 양의 연료가 축적된 상황'도 과제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과제는 정치적 문제다. 우리는 현명한 천연자원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체제를 헤쳐 나가고 있다.”

 



*고든 케언스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스코틀랜드에 기반을 둔 ‘포레스트 스쿨(Forest Schools)’의 영어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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