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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자연 재해

폭염 사망자가 늘어 가는 유럽

10월 21일
4분 분량

ㅡ최근 몇 년간 해마다 수만 명이 무더위에 숨졌다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는 뜨거운 여름 더위를 피하여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불가리아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라몬 카롤란/펙셀스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는 뜨거운 여름 더위를 피하여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불가리아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라몬 카롤란/펙셀스

유럽의 도시에서 여름 오후에 밖으로 나서면, 포장도로에서 열기가 치솟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무 그늘이 갑자기 소중하게 느껴진다. 시원한 물 한 잔은 작은 사치처럼 여겨진다. 환기가 잘되지 않는 건물 3층에 사는 한 노부인이 햇볕을 막기 위해 셔터를 닫고, 그것만으로도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유럽인 수백만 명에게 극심한 더위는 이제 더 이상 여름철 불편 정도가 아니다. 이는 점점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학술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24년 여름 유럽 전역에서 폭염 관련 원인으로 약 6만3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지역 사무소는 지난 4년간 이 지역에서 20만 명 이상이 폭염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WHO 유럽 지역 사무국장 한스 앙리 P. 클루게(Hans Henri P. Kluge) 박사는 지난 6월 “폭염은 더 이상 일회성의 이상현상이 아니다. 반복되는 위기다.”고 말하며, 폭염이 더 잦아지고, 강해지며,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유럽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하고 있다.

  • 기후 패턴의 변화로 고기압 시스템과 열돔현상이 더욱 자주 발생하고 있다.

  • 유럽의 일부 지역은 지구상에서 온난화 속도가 가장 빠른 북극권에 걸쳐 있거나 그 인근에 있다.

  • 아이로니컬하게도, 유럽의 엄격해진 대기오염 기준으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했다. 미세먼지는 과거에 햇빛을 우주로 반사하는 역할을 했다.

  • 최근 몇 년간 눈 덮인 면적이 줄어들면서 햇빛이 우주로 반사되지 않고 지표면에 흡수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일 수 있지만, WHO는 이 지역의 열 관련 사망 사례 중 상당수가 예방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유럽은 모든 가정과 학교, 사무실, 상점에 에어컨을 설치해 전력망에 과부하를 일으키지 않고도 주민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열은 차단하고, 자연은 들여오기


한 가지 해법은 냉방기를 켜기 전부터 시작된다. 건물이 애초에 너무 빨리 뜨거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셔터, 차양, 두꺼운 단열재, 적절히 배치된 창문, 신선한 공기가 실내외로 순환하도록 하는 설계는 모두 열기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특히 중요하다. 하루 종일 열을 흡수한 건물은 해가 진 뒤에도 오랫동안 불쾌할 정도로 뜨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유럽의 오래된 건물에 해당한다. 상당수는 추운 겨울에 열을 보존하도록 지어졌으며, 더운 여름에 열을 배출하도록 설계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에어컨이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여름철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에어컨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사는 이 남성처럼, 2026년 유럽을 강타한 폭염에서 벗어나려고 사람들은 야외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이 폭염은 특히 노년층과 독거노인들에게 매우 위험했으며, 심지어 치명적이기도 했다. ©Helena Jankovicova Kovacova/Pexels
이탈리아 밀라노에 사는 이 남성처럼, 2026년 유럽을 강타한 폭염에서 벗어나려고 사람들은 야외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이 폭염은 특히 노년층과 독거노인들에게 매우 위험했으며, 심지어 치명적이기도 했다. ©Helena Jankovicova Kovacova/Pexels

자연도 비슷한 역할을 하며, 때로는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효과를 낸다. 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식물은 수분을 방출해 주변 공기를 식힌다. 공원, 도시 숲, 식물로 덮인 이른바 ‘녹색지붕’은 기온을 낮추고 사람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북돋아 준다.


2026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프로젝트는 이러한 효과를 보여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학교 세 곳이 시범사업에 참여해 축구장 두 개 가까운 면적에 녹색지붕, 식물로 덮인 벽, 그늘진 산책로를 조성하였다. 스페인의 한 학교에서는 실내 온도가 4~6°C(약 7~11°F) 낮아졌고, 냉방을 위한 전력 소비량은 11% 이상 감소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겔 베가(Miguel Vega)는 유럽집행위원회 산하 유럽 환경정보 및 평가 기관에 “자연은 에너지 절약의 강력한 동맹자”라고 말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모든 건물에 녹색지붕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생활하고 배우고 일하는 공간에 자연을 활용한 냉방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위가 오기 전에 대비하기


무더운 여름에 대비한 지역사회의 준비가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은 기온 상승에 대한 조기경보 발령, 고령자와 독거노인의 안부 확인, 야외작업 시간을 기온이 낮은 시간대로 조정하기, 가장 더운 날 공공 냉방공간의 개방 등을 권고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치가 모여 실질적인 보호 효과를 낸다.


클루게 박사는 “예방은 효과가 있다!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알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는 이미 시행 중인 예방조치가 없었다면 2023년 폭염 관련 사망자가 약 80% 더 많았을 것이며, 특히 80세 이상에서는 약 두 배에 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모든 가정이 24시간 에어컨을 가동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유럽환경청(EEA)은 여름철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누가 냉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있는 해결책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어컨 문제도 있다


유럽의 기온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사람들이 이를 반기든 그렇지 않든 에어컨은 일상생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유럽의 에어컨 사용은 미국, 일본, 한국보다 훨씬 덜 보편적이지만, 이러한 추세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1990년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사용 중인 실내 에어컨은 700만 대 미만이었다. 2020년에는 5,700만 대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이 수가 다시 두 배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냉방 에너지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EU 전역의 가정은 2018년보다 냉방에 두 배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


유럽 에너지 시장을 분석하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파트너 헬게 브링크만(Helge Brinkmann)은 2025년 “유럽에서 에어컨 보급률이 낮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썼으며, 그 원인으로 잇따른 폭염을 꼽았다. 즉, 유럽 전역에서 에어컨 사용이 훨씬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그 자체로 과제를 낳는다. 폭염이 닥치면, 수백만 명이 거의 동시에 냉방장치를 가동해, 전력 수요가 가장 몰리는 때이므로, 가정과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에 부담을 준다. 더 효율적인 장비를 도입하면,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유럽은 두 가지를 함께 추진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애초에 냉방이 덜 필요한 주택을 짓고, 냉방 시스템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2026년 월드컵 경기를 보려고 유럽인들이 미국에 몰려가 냉방이 잘되는 경기장을 경험했다.  이들의 경험은 유럽에서 에어컨 보급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 Gorodenkoff/iStock
2026년 월드컵 경기를 보려고 유럽인들이 미국에 몰려가 냉방이 잘되는 경기장을 경험했다.  이들의 경험은 유럽에서 에어컨 보급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 Gorodenkoff/iStock


2026년 월드컵의 영향


여기에는 사람들의 행동과 관련된,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도 얽혀 있다. 2026년 FIFA 월드컵은 캐나다·멕시코·미국의 16개 개최 도시 경기장에 역대 최다인 681만966명의 관중을 끌어모았으며, 이는 2018년과 2022년 대회 관중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대회 전에는 해외 방문객 124만 명을 예상하였으므로, 수십만 명의 유럽인이 미국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회 전 연구진은 월드컵 경기의 약 4분의 1이 여름철 기온이 높은 도시에서 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그룹 ‘월드 웨더 어트리뷰션(World Weather Attribution)’의 공동설립자인 기후과학자 프리데리케 오토(Friederike Otto)는 경기장 관중이 경기장 위의 선수들과 달리 “많은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것”이므로 실질적인 건강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방문객들은 에어컨이 완벽하게 가동되는 경기장과 식당, 호텔 객실을 경험하였다. 이를 통해 미국인의 일상적인 쾌적함에 냉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생하게 느꼈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유럽인들의 주거 환경을 얼마나 바꿀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단 한 번의 여름 여행으로 대륙 전체의 생활습관이 바뀐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그러나 유럽에서 시원한 실내 환경에 대한 수요는 개막 휘슬이 울리기 전부터 이미 커지고 있었다. 2024년 냉방 수요는 2020년보다 25% 높았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국의 더위를 피하려 했던 그 여름은 더 큰 변화 속에서 작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유럽은 자연과 기술 중 하나만 선택할 필요가 없다. 기온이 위험 수준까지 치솟을 때 에어컨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나무와 그늘, 더 나은 건물 설계, 녹색지붕, 조기경보시스템은 냉방이 필요한 상황을 줄이고, 냉방이 가장 절실한 사람들이 실제로 그 혜택을 누리도록 도울 수 있다.


목표는 단순히 실내를 더 시원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과 지구가 함께 조금 더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유럽을 만드는 것이다.

 



*데버라 하비는 과학, 기술, 지속가능성, 글로벌 혁신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이자 연구원이다. 그녀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에너지, 인프라, 환경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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