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채·화전(火田) 농업의 악순환 끊기
ㅡ열대우림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식량 생산을 돕는 ‘잉가 모델’

수세기 동안 전통적인 화전(火田)농업은 열대지역 소규모 농민들을 산림 개간과 급속한 토양 고갈이라는 파괴적인 악순환의 관습에 가두었다. 하지만 열대 생태학자 마이크 핸즈(Mike Hands)가 화전 후 열대우림 토양이 왜 그렇게 빨리 황폐화하는지 규명하려고 나섰을 때, 1980년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진행한 그의 연구는 영구적이고 재생 가능한 대안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핸즈는 온두라스 농민들과 협력하여 수상 경력에 빛나는 잉가재단(Inga Foundation)을 설립하고, ‘잉가 가로수 재배법’을 주도해 왔다. 이는 질소를 고정하고 인(phosphorus)을 방출하는 잉가나무를 활용해 필수 영양분을 복원하고, 잡초를 억제하며, 똑같은 토지에서 매년 일관된 작물 수확량을 보장함으로써 끊임없는 산림 파괴의 행진을 막아내는 혁신적인 농림업 모델이다.
그 성과가 매우 탁월하여, 이 방법은 중미 지역에서 더욱 널리 채택되고 있으며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벌채 및 소각' 방식의 악순환
'벌채 후 소각'은 건기 전에 숲의 일부를 벌채하여 쌀, 옥수수, 카사바, 콩과 같은 주요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비옥한 산림 토양을 활용하는 농업 방식이다.
다음 파종기를 앞두고 기존 식생을 말려 태우면, 그 재가 토양을 다시 비옥하게 만든다. 그러나 작물과 열대기후로 인해 필수 영양분이 빠르게 고갈되어, 경작 2~3년 차가 되면 수확량이 급감한다. 이에 농민들은 생태계 파괴의 끝없는 악순환 속에서 새로운 숲을 개간할 수밖에 없다.
핸즈는 <The Earth & I>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을 빈곤과 식량 불안정에 갇혀 있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였다.
1985년 케임브리지대에서 진행한 연구를 통해 핸즈는 동료들이 화전농법이 막다른 농업 방식이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그 실패 원인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핸즈는 “과학이 왜 화전농법 시행 후 열대우림의 토양 비옥도가 그렇게 빨리 저하되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실망스러웠고, 어떤 의미에서는 혐오감마저 느꼈다.”고 회상했다.
벌채 후 소각 방식의 또 다른 단점은, 잘라낸 생물질을 태울 때 자급자족 농가의 건강과 지역 환경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삼림 벌채로 인해 지역 생태계가 약화되면 지역 기후까지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농업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특히 가축 사육, 팜유 생산, 아보카도 농장 등과 같은 산업형 농업 관행이 도입될 때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열대우림은 전 세계 지표면의 2% 미만을 차지하지만, 육상 생물 다양성의 50% 이상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인간 활동으로 인해 열대 산림 벌채는 썩거나 불타는 나무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CO₂)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의 13~21%를 차지한다.
1980년대로 돌아가서
1980년대 케임브리지대에서 지형 측량사 겸 선임연구조교로 일하던 핸즈는 코스타리카를 방문해 그곳의 소규모 농민들과 협력하며, 화전농업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 원인을 조사했다. 농업 주기의 다양한 전후 단계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을 분석한 결과, 그는 화전농지가 인(phosphorus)이 심각하게 결핍되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는 <The Earth & I>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를 설명하고 이해하기 전까지는 해결책을 마련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벌채 및 소각 작업 이후 7년 동안 현장에서 발견한 인의 손실량은 너무나 막대해서, 그 사실만으로도 왜 벌채 및 소각 농업이 지속되고, 사람들이 새로운 숲으로 계속 이동해 더 많은 나무를 베고 다시 이동해야만 하는지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핸즈는 말했다. “[이는] 왜 이 과정이 그토록 파괴적이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것인지 설명해 주었다.”

토양에 인(燐)을 되돌려주기
산업형 농업 관행에 따르면, 해결책은 필수 다량 영양소(질소, 인, 칼륨)의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단순히 합성비료를 구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핸즈는 토양을 회복시키고 수확량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더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고 싶었다. 비료가 단기적으로는 수확량을 늘려주지만, 토양을 진정으로 되살리지는 못한다는 점을 그는 이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합성비료에 의존하는 작물은 자연적으로 영양분이 풍부한 토양에서 자란 작물에 비해 영양가가 낮고 강건하지 못한 경향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비료 비용은 대부분의 생계형 농부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비료를 마구 뿌리기만 하면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건 결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고 핸즈는 말하였다. “그렇게 어리석게 간단한 일은 결코 없다. 자연을 상대하는 일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인(燐, phosphorus)에 대한 발견을 바탕으로, 그는 토양 비옥도와 작물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골길 경작법'(이종혼작이라고도 함)을 연구하게 되었다. 골길 경작법은 나무나 관목을 나란히 한 줄로 심어 골길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나무 줄 사이에는 환금작물(판매용으로 생산되는 작물)을 재배한다. 이를 통해 농부들은 같은 밭에서 여러 종류의 식물을 재배할 수 있으며, 전략적으로 수행할 경우 두 종 이상의 식물이 서로에게 필요한 다양한 영양분을 공급함으로써 이점을 얻고, 미기후(微氣候: 주변 지역과는 다른, 특정 좁은 지역의 기후)를 개선하며(환금작물에 약간의 그늘을 제공하는 등), 해충과 잡초로부터 서로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핸즈와 그의 동료들은 이후 잉가나무가 약 24개월 만에 침입성 풀종으로부터 토지를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핸즈는 코스타리카 고지대의 커피나무 가로수 재배지를 관찰한 결과, 잉가속(屬)의 나무가 환금작물에 그늘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널리 활용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 나무들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관리가 용이하며, 잉가속에는 중남미가 원산지인 수백 종의 열대종이 존재한다.
잉가나무의 뿌리는 또한 지하에서 자라는 방대한 필라멘트형 균사체와 균근(균류/뿌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생 네트워크는 열대우림 환경에서 인의 유실을 방지하고 재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며, 토양 속 암석에서 인을 방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산성 환경을 조성한다.
“이 나무가 토양에 미치는 영향과 그 성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핸즈는 회상했다. 그는 잉가나무를 활용한 '골목 경작' 모델의 잠재력에 매료되어 이 주제에 대한 논문을 썼고, 이후 몇 년 동안 농민들이 이 방식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이렇게 해서 훗날 ‘잉가재단’이 될 아이디어가 탄생하였다.
잉가나무 활용과 골길경작의 확산
조직이 농민들에게 접근할 준비가 되자, 당시 주요 자금 지원기관 중 하나가 온두라스에서 활동을 시작할 것을 권유했다. 이에 팀은 온두라스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온두라스 국립자치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 de Honduras)와 협력하여 잉가 가로수 재배 시험포를 조성하고, 연구를 지속하며 지역 비영리 단체와 농가들에게 이 방법을 시연하기 시작하였다. 현지 주민들은 헥타르당 옥수수와 장작을 많이 수확할 수 있고 제초작업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2002년이 되자 '이것이 바로 성공작이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효과가 있었고, 사람들이 좋아했으며, 모든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핸즈는 말했다. 지역사회는 그 비전을 이해하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0년간의 연구 끝에, 핸즈와 그의 팀은 잉가재단을 공식적으로 출범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정적·지역사회적 지원을 확보했다.
시간이 흘러 현재 이 단체는 700가구가 넘는 온두라스 농가와 협력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핸즈는 함께 일한 거의 모든 농부가 이 방법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잉가재단은 농민들이 시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자재와 기술 지원을 제공하며, 그 대가로 최소 10분의 1헥타르(1/4에이커)의 농지만 사용하기를 요청한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낼 만큼 충분히 크면서도, [실패할 경우] 그들에게 지나친 부담이 되지 않을 만큼 작은 규모다.”고 핸즈는 설명한다.
핸즈는 이 단체가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이 방법을 도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 자체의 장점과 농민 간 입소문 방식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잉가재단은 지역사회와의 유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온두라스 현지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 운영 책임자인 아브라함 마르티네스(Abraham Martínez)와 수석 농업 전문가인 루이스 미란다(Luís Miranda) 모두 재단의 사명에 매료된 온두라스 출신 농민들이다. 여러 농가에서는 자신의 토지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의 양을 늘려, 직접 즐기거나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식량 작물까지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식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핸즈는 말했다. “그들은 엘니뇨를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뭄이 오기 전에 심어 놓았다면 이미 작물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의 작물은 흉작이 될지 몰라도, 그들의 작물은 풍작을 거둘 것이다.”
이 방법의 성공
잉가재단은 잉가(Inga)나무를 1.5미터(5피트) 높이로 가지치기하여 빽빽한 울타리를 만들고, 잘라낸 가지들을 멀칭으로 땅에 뿌려 환금작물을 위한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잡초를 억제할 것을 권장한다. 본질적으로 이 방법은 숲이 제공하는 풍부한 유기물 공급을 재현하는 것이다.
“인간의 소비를 위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숲이 하는 일을 따라야 한다.”고 핸즈는 설명하였다. “숲을 모방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인간의 용도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지속 가능성의 모델이다.”

그는 잉가의 '골길 경작' 방식이 사실 자연림보다 더 빠르게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나무가 일 년에 한 번 대대적으로 가지치기를 당하면 잘린 가지들은 여전히 푸르며, 잘린 가지가 지면을 약 6인치 두께의 유기물로 덮는데, 이 유기물은 서서히 분해되며 극한 기상조건으로부터 토양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숲에서 나무가 떨어뜨리는 죽은 잔해가 지속적으로 쌓이는 것보다 한 번에 더 많은 양의 영양분이 공급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잉가재단이 농부들에게 구매를 권장하는 유일한 비료는 암석 인산염뿐이며, 큰 효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양도 그리 많지 않다.
잉가 가로수 재배 방식은 계속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트로펜보스 인터내셔널(Tropenbos International)이 발표한 2024년 온두라스 잉가나무 농림업 보고서에 따르면, 헥타르(2.5에이커)당 약 5,000그루의 잉가나무를 등고선을 따라 4미터(13피트) 간격으로, 나무 사이 간격은 50센티미터(20인치)로 심은 구역을 관찰한 결과, 나무 생존율이 9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성과는 합성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인산암석을 최소한으로만 사용한 상태에서 달성된 것이다. 또한 잉가재단은 잉가 가로수 재배 방식이 단 1~2헥타르(2.5~5에이커)의 토지에서 농민들에게 기본적인 식량 안보와 땔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약 8헥타르(20에이커)의 토지를 순환 경작하며 화전농법을 사용해야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비영리단체는 유엔의 여러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혁신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같은 유엔 산하 기관들의 지지를 얻어 왔다. 실제로 잉가재단은 '빈곤 퇴치', '기아 퇴치', '양질의 일자리', '기후 행동'을 포함한 11개 목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몇 안 되는 단체 중 하나임을 자랑한다.
성장의 열망
잉가재단은 앞으로도 온두라스에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핸즈는 자원을 지나치게 분산하기보다 적은 수의 지역에서 일을 제대로 해내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이 비영리단체는 콩고와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현지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잉가나무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토종식물을 조사하고 있다.
“잉가재단의 전략은 시스템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시범사업을 통해 사회경제적 효과를 입증했고, 제도적 측면에서도 입증하여 이 사업을 확산시킬 비정부기구(NGO)와 사회기관 등 관련 주체들이 이를 확신하게 만들었다.”고 핸즈는 요약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드넓은 지역 경관의 규모에서 목표로 삼았던 개념을 입증하고자 했고, 바로 그 목표를 이제 달성하였다.”
*베키호그(Becky Hoag)는 프리랜서 환경 기자이다. 그녀의 기사는 웹사이트 (beckyhoag.com)와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com/beckisphere)에서 확인할 수 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