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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로 고층 건물을 지으면 '친환경' 건축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최종 수정일: 3월 12일

*마크 스미스(Mark Smith)




콜로라도주 애스펀에 있는 이 미술관은 목재로 지어졌다. 사진: 위키미디어
콜로라도주 애스펀에 있는 이 미술관은 목재로 지어졌다. 사진: 위키미디어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류는 목재를 주요 건축자재로 사용해 왔다. 튼튼하고 풍부하며, 모양을 잡기 쉬운 목재가 건축에 적합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건물과 건축 부문의 주요 자재는 강철과 콘크리트가 목재를 대체해 왔지만, 강철과 콘크리트 모두 막대한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콘크리트2018년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에서 전 세계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회사 카본체인(Carbon Chain)따르면 채굴, 가공, 제련을 포함하는 철강 사용은 CO₂ 배출량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목재는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 건축에 있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목재는 탄소의 포집ㆍ저장 및 재생이 가능하고 폐기물을 최소화한다. 또한 생분해가 가능하며 목재 조달도 매우 쉽다. 목재는 친환경적이라는 장점 외에도 용도가 다양하고 튼튼하며 유연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단열성이 우수하고 유지 관리도 쉽다.



'매스 팀버' 무브먼트


놀랍지 않게도, 목재는 건축가들이 다시 한 번 선호하는 건축자재로 떠오르고 있다.

"목조 마천루를 짓기 위한 경쟁"이라는 제목의 2022년 악시오스(Axios) 기사따르면 특히 유럽에서 ‘매스 팀버’(Mass Timber: 건물의 기둥, 보, 패널과 같은 견고한 구조적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여러 겹의 목재를 접착제나 못 등으로 고정한 고강도 목재를 이용한 목조 방식)’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커트 클라이너(Kurt Kleiner)는 지난 10월 ‘노우어블 매거진(Knowable Magazine)’에서 "현재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은 2022년에 완공된 밀워키의 25층짜리 초고층 어센트 빌딩"이라며 "2022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8층 이상의 목조 건물 84동이 세워졌거나 건설 중이며, 55동이 더 건설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고층빌딩 및 도시거주협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70%가 유럽에, 20%는 북미에 있다고 한다.


현대의 목조건축은 여러 층의 목재를 서로 접착하는 교차집성목재(CLT)와 같은 새로운 공법을 사용하여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고층 건물을 안정적으로 지을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스웨덴의 멋진 사라 쿨투르후스 센터를 들 수 있다. 화이트 아르시텍테르(White Arkitekter)가 설계하였는데, 약 75미터(246피트) 높이의 이 목조건축물은 조립식 목재 모듈로 만든 20층 타워를 특징으로 한다. 이 타워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탄소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화이트 아르시텍테르가) 밝혔다. 이 건물에 사용된 목재는 건축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보다 두 배나 많은 양의 탄소를 격리한다.


화이트 아르시텍테르가 설계한 사라 쿨투르후스 센터 캠퍼스.  ©요나스 베스틀링스 Westling
화이트 아르시텍테르가 설계한 사라 쿨투르후스 센터 캠퍼스.  ©요나스 베스틀링스 Westling

작은 목재 층을 접착하여 하나의 큰 구성 요소를 만드는 집성재(글루램) CLT의 조합으로 지어진 셸레프테오시에 있는 프로젝트에는 극장, 갤러리, 도서관, 박물관, 호텔이 포함되어 있다. 디자이너들은 목재의 사용이 지속 가능성 의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화이트 아르시텍테르가 설계한 스웨덴의 사라 쿨투르후스 센터 극장.  다비드 발데비


"목재 구조물 사용의 주요 이점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이라고 화이트 아르시텍테르의 파트너인 오스카르 노렐리우스는 말한다.


이 회사는 스칸디나비아를 대표하는 건축 스튜디오 중 하나이며, 2030년까지 모든 건축물을 재생 가능하고 기후 중립적인 건축물로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의 인상적인 포트폴리오에는 25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 개발 프로젝트인 스톡홀름 우드 시티가 포함되어 있다.


"목재 구조물의 생산 및 건설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존 솔루션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이는 탄소가 덜 체화(體化)됨을 의미한다."고 노렐리우스는 말한다.

시게루 반 아키텍츠 뉴욕 사무소의 대표 파트너인 딘 말츠는 전 세계가 직면한 환경 문제로 인해 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일본 건축가로 인도주의자이며 「목조건축」(Timber in Architecture) (2022)의 저자인 시게루 반이 설립하였다.


이 회사는 지진 피해자를 위한 임시 목조주택과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목조건물을 설계했다. 스위스 빌의 스와치 및 오메가 캠퍼스와 최근 완공된 일본 토요타 시립 박물관은 ZEB(제로 에너지 빌딩) 레디(Ready) 인증을 받은 최초의 박물관이다.



스위스 빌의 스와치 및 오메가 캠퍼스.  ©니콜라 그로스몽
스위스 빌의 스와치 및 오메가 캠퍼스.  ©니콜라 그로스몽

목재 건축물 중 아스펜 미술관을 가장 좋아하는 건물로 꼽는 말츠는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극심한 기상 조건과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서 이에 대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지속 가능한 실천이 더욱 널리 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물이 전 세계 탄소 소비량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건축가로서 지속 가능한 실천을 통해 탄소 저감(低減)에 기여할 수 있다."



지구와 영혼에 이로운 목조건축


목조건축의 환경적 이점 외에도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관련된 이점도 있다. ‘콘크리트 정글’이라는 용어는 사람들에게 주변 환경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도시 경관을 뜻한다. 반면 목조 건축물은 코르티솔(스트레스)을 다소 감소시키고 혈압을 약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렐리우스는 "목재는 매력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촉감, 따뜻함, 부드러움은 건물 안팎에 가치를 더한다."면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목재 구조물은 입주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들은 집중력이 향상되고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는 회복이 빨라지며, 직장인은 스트레스 수준과 심박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삼림 파괴 우려


탄소 배출을 줄이고, 멋진 건물을 만들며, 건강과 기분을 개선할 수 있는 소재는 이상적인 것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목재는 어디에서 오는가 하는 중요한 질문도 제기된다. 이는 건축용 목재에 대한 수요 증가가 삼림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18층 높이의 볼 아르시텍테르의 미에스토르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목조건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18층 높이의 볼 아르시텍테르의 미에스토르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목조건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아우어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org)에 따르면 지구에는 매년 포르투갈 면적에 해당하는 만큼의 숲이 사라지고 있으며, 그중 절반 정도만이 나무를 더 많이 키워서 벌충하고 있다.


노렐리우스는 사용되는 목재가 순환경제의 일부이며, 건축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목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속 가능한 임업은 지속 가능한 건설의 핵심"이라며 "탄소의 측면에서 보면 조림은 숲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장한다. 스웨덴의 숲은 1920년대보다 2024년에 더 크며, 해마다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삼림 벌채가 단순히 나무를 제거하는 것만이 아니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숲은 많은 생물종(種)의 서식지이자 휴양을 위한 공간이며, 많은 경우 지역사회에 강한 문화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임업은 생물 다양성과 토지 이용 및 기타 잠재적으로 상충하는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말츠는 이에 동의하지만, 건축에 목재를 많이 사용하면 자원이 파괴된다는 것은 현실이 아닌 '근거 없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목재를 수확할 경우 목재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지구에 도움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삼림관리협의회(FSC) 또는 유럽의 산림인증프로그램(PEFC)과 같은 인증을 받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되는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업계가 숲의 생존력과 번영 능력을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 개의 건물로 구성된 4만6000여 제곱미터가 넘는 스와치/오메가 캠퍼스에는 스위스산 인증 목재 4530세제곱미터가 사용되었다. 프로젝트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사용된 목재는 스위스 숲에서 다시 자라는 데 10시간밖에 안 걸린다."라고 그는 말했다. (2024년 텍사스 아키텍트 기사에 따르면 10시간이라는 수치는 "스위스 숲의 연간 총 성장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화재 위험


목재로 고층 건물을 짓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며, 한때 목조건축이 인기가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화재 때문이었다.


1666년 런던 대화재를 알아보자. 푸딩 레인 근처의 빵집에서 발생한 작은 불길이 도시전체를 태운 이유는 모두 목재로 지어진 집들 때문이었다. 목조주택이 밀집한 도시를 휩쓸었던 이 화재로 1만 3000채의 주택과 87개의 교회, 세인트 폴 대성당이 파괴되었다. 이후 왕실 포고문이 발표되었다: "어떤 사람도 크든 작든 벽돌이나 돌이 아닌 다른 재료로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이 화재로 인해 그 도시에서 건축용 목재의 광범위한 사용이 중단되었고,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은 집이 철거되는 처벌을 받았다.


"목재는 타는 것이 문제"라고 말츠는 말한다. 하지만 "목재의 장점 콘크리트나 강철에 비해 예측 가능한 속도로 연소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예측 가능성 덕분에 목재를 방화층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노출된 목재 표면이 타면 자연적으로 보호 역할을 하는 탄화 층이 생성되어 단열재 역할을 하며 코어의 가열을 지연시킨다. 대량 목재 구조는 내부 층의 단열을 통해 내화성을 높인다. 대량 목재의 견고한 블록 구조 기술은 공기 흐름과 화재 확산을 억제한다. 아키데일리(Arch Daily)의 기사에 따르면 약 18cm 두께의 석고 코팅 CLT 벽은 화재 테스트에서 화재 규정 요구 사항보다 1시간 더 긴 3시간 6분 동안 지속되었다.


고층 목조건물의 습기부분적으로는 곰팡이와 흰개미로 인한 잠재적 손상 때문에 우려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건축가는 습기가 쌓이지 않도록 열 및 환기 시스템을 설계하고, 처리 목재를 사용하거나, 지상에 있는 목재를 메시나 기타 물리적 장벽으로 둘러싸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목조건축의 또 다른 도전 과제는 음향 문제다. 목조 구조는 콘서트홀로서는 훌륭하지만, 오래된 목조주택에 거주해 본 사람이라면 삐걱거리는 소리와 그렁대는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전 제작된 목조주택에 관한 2021년 기사따르면 표면이 매끄럽고 단단한 소재는 목소리나 발자국 소리 같은 소음을 억제하는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노렐리우스는 "하지만 혁신적인 사고방식으로 대면하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사라 쿨투르후스 센터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때 이러한 해결책 중 일부는 아직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통합 솔루션을 구현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총체적인 전략을 채택했다."고 말한다.



문화적 변화


주류 건축가들이 목재 사용을 더 많이 고려하고 있지만, 스칸디나비아와 일본과 같은 특정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목재를 사용해 왔다.


일본 문화에서 "못타이나이(勿体無い)"라는 용어는 대략 (물건의 본래 있어야 할 것이 없어져서) "아깝다!"로 번역되며,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장려하는 개념이다.


"시게루 반 아키텍츠는 지속가능성이 디자인 커뮤니티에서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이전부터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힘 써 왔다. 우리 작업에 내재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입장은 낭비를 하지 않으려는 열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말츠는 말한다.


그는 "흥미로운 점은 현지 건축 문화 및 규정과 법률에 따라 목조건축이 국가마다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벨기에는 목재를 보완하는 천연 소재가 매우 발달한 반면, 독일은 다양한 하이브리드 구조 시스템을 개발했다. 건설 산업 탈탄소화의 핵심은 국가 간 지식 공유와 경험의 교환에 달려있다."라고 덧붙였다.



미래는 어떻게 될까?


말츠는 목재의 활용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매스 팀버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건축물은 주거용이나 상업용 건물이다. 콘서트홀이나 연구소와 같이 전통적으로 목재를 사용하지 않는 프로젝트 유형에서도 더 많은 유형의 구조물 개발의 기회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11월 제이스토어 데일리(JSTOR Daily) 게재된 클라이너의 글에서 그는 "아직은 비교적 흔하지 않지만,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전 세계의 스카이라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라고 썼다.


업계가 가장 시급한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내다보면서 목재가 다시 한 번 건축의 필수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마크 스미스 영국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비즈니스와 기술에서부터 세계 정세, 역사,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글을 가디언, BBC, 텔레그래프를 비롯해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의 잡지에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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