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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자연

멸종 위기에 처한 숲코끼리들의 속삭임

10월 22일
5분 분량

ㅡ생물음향학이 아프리카 동물 보호에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나




아프리카 숲코끼리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정글에서 나와 물웅덩이로 향하고 있다. ©Matt Muir, CC-SA 4.0/Wikimedia
아프리카 숲코끼리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정글에서 나와 물웅덩이로 향하고 있다. ©Matt Muir, CC-SA 4.0/Wikimedia

중앙아프리카의 울창한 열대우림에서 어미 코끼리 한 마리가 두 마리의 새끼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 새끼들은 어미 곁을 떠나지 않는다. 덩치가 큰 어미는 주변의 풍성한 초목을 헤치며 걷는 법과 먹이를 찾는 법을 새끼들에게 보여준다. 동시에 이 가족은 인간에게는 대부분 들리지 않는 저주파의 울림소리를 이용해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 숲코끼리로, 자신들이 서식하는 숲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수십년간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따라서 과학적 연구와 보전활동 모두를 위해 이들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서로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점점 더 중요한 정보가 되고 있다.



개체 수 감소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대규모 조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1년 사이 아프리카 숲코끼리의 개체 수는 무려 62% 감소했으며, 서식 범위도 약 30%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개체 수 감소는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될 수 있는데, 특히 인위적 시설의 확장과 토지 이용으로 인한 서식지 손실 및 분절화, 그리고 상아와 고기를 노린 밀렵이 주된 원인이다.


전 세계 정부 기관과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생태학 전문가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을 발간한다. 2026년에 발표된 평가에서 아프리카 숲코끼리(Loxodonta cyclotis)는 ”위급(Critically endangered)” 단계의 종(種)으로 등재되었다.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숲코끼리는 추적하고 연구하기 가장 어려운 동물 중 하나다. 이들의 서식지는 중앙아프리카의 울창한 열대우림이기 때문에 빽빽한 식생 속에서 육안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코끼리들이 속삭이듯 나누는 대화는 듣기 어렵다.


다행히도 생물음향학 분야의 과학자들은 코끼리의 저주파 소리를 감지하고 녹음·전송할 수 있는 특수기술을 개발해 과학적 연구와 보전을 위해 이 동물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이 종(種)에 대해 알아보겠다.



아프리카 숲코끼리를 만나보자


모든 코끼리는 다른 동물들과 쉽게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거대한 몸집, 길고 유연한 코, 크고 펄럭이는 귀가 대표적이다. 코끼리는 지능이 높은 포유류로, 서로 어울려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생물학자들은 이들을 코끼리과(Elephantidae)로 분류한다.


오랫동안 현존하는 코끼리는 아프리카 코끼리와 아시아 코끼리, 단 두 종으로만 구성된다고 여겨졌다. 이들은 각각 Loxodonta africana와 Elephas maximus로 명명되었다.


아프리카 숲코끼리가 아프리카 사바나코끼리(아프리카 덤불코끼리라고도 함)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두 종류는 처음에는 서로 다른 아종(亞種)으로 간주되었다. 이후 유전적 차이를 포함한 상당한 차이점이 관찰됨에 따라, IUCN은 2021년에 이들을 Loxodonta africana(사바나)와 Loxodonta cyclotis(숲)라는 별개의 두 종으로 인정하였다.


아프리카 숲코끼리는 사바나코끼리와 몇 가지 특징에서 구별된다. 사바나코끼리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평원을 누비며, 현존하는 육상동물 중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한다. 이에 비해 숲코끼리는 몸집이 더 작지만 중앙 및 서아프리카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도록 독특하게 적응해 있다.


숲코끼리는 키가 약 2.4~3미터이고 몸무게는 약 2~5톤인 반면, 사바나코끼리는 키가 3~3.9미터에 달하고 몸무게는 최대 7.5톤에 이른다. 숲코끼리의 귀는 더 둥글고 작으며, 상아는 비교적 곧고 아래를 향하고 분홍빛을 띤다.



광물 핥는 곳에서 땅을 파는 숲코끼리 무리.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 본부/위키백과
광물 핥는 곳에서 땅을 파는 숲코끼리 무리.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 본부/위키백과

아프리카 숲코끼리는 초식동물로, 주로 과일, 풀, 잎, 나무껍질을 먹는다. 특히 나무 열매를 좋아하며, 배설물을 통해 씨앗을 먼 거리까지 퍼뜨린다. 연구에 따르면 숲의 일부 지역에서 숲코끼리가 사라지면, 큰 씨앗을 맺는 나무들도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숲코끼리는 열대우림에 서식할 뿐만 아니라, '바이(bai)'라고 불리는 미네랄이 풍부한 개활지에 모여 함께 어울리며, 이곳에서 물과 필요한 미네랄을 보충한다.



코끼리의 의사소통


코끼리는 의사소통을 위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소리를 내고 감지할 수 있다. 이 소리들은 트럼펫 소리, 콧소리, 포효와 같은 크고 광대역의 울음소리부터 깊고 저주파인 울림소리까지 다양하다. 이 울림소리에는 '초저주파' 진동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그 주파수가 인간의 청각 하한선인 약 20헤르츠 이하까지 내려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숲코끼리는 소리를 통해 사회적 교류를 하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움직임을 조율하고, 번식을 위해 짝을 찾는다. 큰소리의 울음소리는 종종 위협이나 기타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황을 알리는 신호다. 저주파 진동은 땅을 통해 먼 거리까지 전달되며, 코끼리 발바닥의 민감한 패드를 통해 감지된다.



아프리카 숲코끼리 한 마리가 다른 코끼리를 마치 친근한 듯이 어루만지고 있다. ©Nis Vagabond/Pexels
아프리카 숲코끼리 한 마리가 다른 코끼리를 마치 친근한 듯이 어루만지고 있다. ©Nis Vagabond/Pexels

생물음향학 연구자인 케이티 페인(Katy Payne)은 1984년 한 동물원의 코끼리 우리 근처에 있을 때 코끼리에게서 진동이 느껴졌다고 말한다. 코끼리가 소리를 내는 것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 진동의 원인을 조사하기로 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코넬대학교에서 '코끼리 청취 프로젝트(Elephant Listening Project)'를 공동으로 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서식지의 나무에 설치된 배터리 구동 오디오 녹음기 네트워크를 통해 아프리카 숲코끼리를 모니터링하여 왔다. 이 장비들은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장기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 접근 방식은 비용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비침습적이어서, 과학자들이 코끼리들이 서로 '대화'하는 것을 '듣는' 것이 가능하다. 이 방법을 수동 음향 모니터링(PAM)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접근 방식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이 프로젝트의 아카이브에는 수십만 시간에 달하는 열대우림 소리가 저장되어 있다. 녹음자료에는 코끼리의 울음소리뿐만 아니라 빗소리, 새소리, 곤충 소리, 영장류 소리, 전기톱 소리, 차량 소리, 총소리 등 열대우림의 수많은 소리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인공지능과 기계학습기법에 의존한다. 먼저 코끼리 울음소리가 이미 식별되어 있는 녹음자료를 활용하여 알고리즘을 훈련한다. 그런 다음 기계학습시스템으로 새로운 녹음자료를 검색하고, 코끼리 울음소리로 추정되는 소리를 탐지하고 분류한다.


한 중요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수천 시간에 달하는 녹음자료를 수집하고, 코끼리 울음소리를 탐지하고 분류하기 위해 기계학습방법을 활용했다. 또한 기존 방법으로는 코끼리의 저주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처리하기 어려워 데이터를 압축하는 기술도 개발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과학자들은 개별 관측치를 표본추출하는 방식에서 전체 사운드스케이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


숲코끼리는 단일한 울음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동물들은 종종 저주파 으르렁거림과 넓은 주파수 대역의 큰 울음소리를 조합해 '말'을 한다. 연구진은 이를 인간이 문장을 구성할 때 구문을 사용하는 것에 비유하며, 울음소리의 조합이 메시지의 모호성을 줄여준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코끼리의 울음소리는 다양한 행동 양상 속에서 기록되어 왔다. 이러한 기록은 대규모 온라인 자료실인 'The Elephant Ethogra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콩고공화국 누아발레-응도키 국립공원 내 음벨리 바이 습지에서의 숲코끼리와 새끼. 사람들의 상아 거래가 거의 전 세계적으로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렵으로 인해 이 종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Thomas Breuer/Wikipedia CC BY-SA 2.5
콩고공화국 누아발레-응도키 국립공원 내 음벨리 바이 습지에서의 숲코끼리와 새끼. 사람들의 상아 거래가 거의 전 세계적으로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렵으로 인해 이 종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Thomas Breuer/Wikipedia CC BY-SA 2.5

개체군 조사 및 보전


PAM(수동 음향 모니터링) 접근법은 코끼리 울음소리의 빈도와 분포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숲코끼리 개체군의 규모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배설물 계수와 같은 전통적인 조사 방법은 울창한 숲에서는 수행하기 어렵고, 방대한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 PAM을 활용하면 대규모 조사팀을 외딴 숲으로 반복적으로 파견하지 않고도 개체군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숲코끼리 보전을 위해 음향 모니터링을 가장 시급하게 활용할 분야는 아마도 밀렵과 같은 잠재적 위협을 탐지하는 일일 것이다. 코끼리 소리를 감지하는 마이크는 총성, 차량, 전기톱, 기타 기계 소리를 포함한 인간의 활동도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공원 관리자들이 불법사냥이 발생한 장소와 시간을 파악하고, 순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지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숲코끼리를 보호하는 것은 종 자체를 보호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생태계 설계자로서 길을 만들고 씨앗을 퍼뜨리며 식생을 변화시킨다. 또한 더 큰 나무의 성장을 촉진하고, 단위 면적당 탄소 포집 능력이 높은 목재의 밀도를 높여 지상부 생물량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이 동물들은 산림 구조, 생물다양성, 탄소 저장 모두를 위해 동시에 기여한다.


효과적인 보전을 위해 코넬대학교의 '코끼리 청취 프로젝트(Elephant Listening Project)' 소속 과학자들은 야생동물보전협회Wildlife Conservation Society), 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und)과 같은 기관들과 협력해 왔으며, 중앙아프리카의 연구자 및 보전 활동가들을 양성해 왔다. 이러한 파트너십과 정부 기관의 지원을 통해 음향 모니터링 기술은 더욱 지속 가능해지고 있다.



아프리카 숲코끼리를 관찰할 수 있는 곳


2026년 기준, 이 코끼리들이 주로 서식하는 나라는 가봉(전체 개체 수의 약 66%)과 콩고 공화국(약 19%)이다. 또한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적도기니 등지에도 소수가 서식하며, 아프리카 서부 지역에도 일부가 분포하고 있다.


야생에서 아프리카 숲코끼리를 관찰하기 좋은 장소로는 로앙고 국립공원(가봉), 쟈앙가-상가 보호구역(중앙아프리카공화국), 누아발레-응도키 국립공원(콩고공화국) 등이 있다.

 


*딘쇼 다다찬지(Dinshaw Dadachanji)는 예일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프리랜서 작가로,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윌리엄스버그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The Earth & I>를 발행하는 효정국제환경평화재단(HJ International Foundation for Environmental Peace)의 연구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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