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種) 사이의 우정
- Dirk Anthonis
- 4월 23일
- 6분 분량
ㅡ 동물의 유대 관계가 의식과 감정에 대해 알려주는 것
*더크 앤서니스(Dirk Anthonis)

코끼리가 개와 놀거나, 고릴라가 새끼 고양이를 돌보거나, 다른 종(種)이 다른 새들이 서로의 깃털을 손질해 주는 등 예상치 못한 동물 간의 우정 이야기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다. 한때 의인화된 이야기로 치부되었던 이러한 상호작용들 중 상당수가 이제는 과학계의 진지한 관심을 끌고 있다.
동물 행동 연구에 의하면 같은 종의 구성원뿐만 아니라 때로는 천적이나 의사소통 체계가 전혀 다른 동물을 포함하는 전혀 다른 종과도 안정적인 사회관계를 이룰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와 수백 건의 유사한 사례들로 인해 과학자, 윤리학자, 그리고 평범한 동물 애호가들이 과거 다른 종의 내면세계에 대해 생각해온 방식을 조용히 바꿔 가고 있다. 알고 보니 동물계는 우정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우정은 생존을 위해 생겨난 것이고, 다른 우정은 이름 붙이기 어려운 무언가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상호작용이 동물의 정서적·인지적 삶에 대해 무엇을 드러낼 수 있는지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험실이나 현장 실험에 따르면 침팬지와 코끼리부터 앵무새와 늑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으며, 성공을 위해 파트너(심지어 다른 종의 개체라도)가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갇힌 동료 동물을 구출하는 설치류부터 병아리가 고통을 겪을 때 스트레스를 보이는 암탉에 이르기까지, 동물의 공감에 대한 연구 성과들을 보면 정서적 반응성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님을 시사한다.
“동물에게 인간의 감정을 투사하는 것은 오랫동안 과학계의 금기처럼 여겨져 왔다.”고 고(故) 영장류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프란스 드 발은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동물과 우리 인간 모두에 관한 근본적인 무언가를 놓칠 위험이 있다.”
만약 동물들이 종의 경계를 넘어 우정을 형성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심오하다. 이러한 관계는 동물 행동이 오로지 본능이나 이기심에 의해 좌우된다는 전통적인 가정에 도전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는 더 복잡한 형태의 사회적 인식, 정서적 민감성, 그리고 어쩌면 초보적인 도덕적 행동까지 시사할 수 있다.
두 가지 유형의 유대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종 사이의 관계를 두 가지 큰 범주로 설명한다. 첫째는 공생(mutualism)으로, 양쪽 동물 모두 명확하고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 생태적 협력 관계다. 둘째는 더 따뜻하면서도 정량화하기 어려운 것으로, 진정한 사회적 유대감, 적어도 멀리서 보면 우정과 매우 흡사해 보이는 그런 관계다.
작가이자 강사인 제니 세비지는 야생에서 서로 다른 종의 동물들이 협력한 사례 10가지를 정리했다. 그녀가 제시한 공생관계의 예로는 코요테와 오소리가 함께 땅다람쥐를 사냥하는 경우가 있는데, 각자가 상대방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준다. 오소리는 땅을 파고, 코요테는 지상에서 기다린다. 거의 눈이 보이지 않는 권총새우는 시력이 뛰어난 망둑어와 굴을 공유한다. 망둑어가 경계를 서는 동안 새우는 굴을 정리한다. 얼룩말과 타조는 느슨한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얼룩말의 예리한 시력과 타조의 뛰어난 후각이 결합되어 서로의 존재 덕분에 각기 더 안전해진다.
이것들은 수백만년에 걸친 자연의 압력과 실용성에 의해 형성된 고전적인 공생관계이다.
청소물고기, 소백로, 붉은부리소딱새와 같은 작은 동물들은 상어, 물소, 코뿔소와 같은 더 큰 '고객'의 기생충을 제거해 준다. 작은 동물은 먹이를 얻고, 큰 동물은 해충 방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생존에 대한 명확한 필요성이 없는 또 다른 종류의 유대 관계도 있다. 이러한 관계는 야생보다는 사육 환경이나 인간이 통제하는 환경(예: 동물원)에서 더 자주 관찰된다. 협력적 유대 관계는 집단 상호작용에 대한 뿌리 깊은 본능을 지닌, 사회성을 띠는 종들 사이에서 거의 특이하게 발견된다. 성공 여부는 종종 서로 다른 종들이 서로의 경보 소리나 몸짓을 해석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한 종이 다른 종의 고아를 입양한 사례는 수없이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침팬지가 호랑이 새끼를 키우거나, 새끼 사슴이 골든리트리버 곁에 웅크리고 있거나, 모든 생물학적 논리에 반하는 듯 마모셋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카푸친원숭이 등이 있다.
다른 종과의 우정의 모습
종 사이의 사회적 유대는 포유류, 특히 가축과 영장류 사이에서 가장 흔히 관찰된다. 이들은 종종 동반자 관계, 놀이, 또는 털 손질을 해주는 상호 관계를 맺는다.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으로는 개와 고양이, 개와 다른 종(사슴이나 돼지 등), 말과 염소, 그리고 대리 가족 유대를 형성하는 어린 고아 동물들이 있다. 이러한 짝짓기의 근본에는 공감 능력이 있을 수 있다.
2011년 저서 『믿기지 않은 우정, Unlikely Friendships』의 저자인 제니 홀랜드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한 동물이 말하자면 다른 동물을 '보호해 주며' 그 동물의 고통, 굶주림, 또는 외로움을 덜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포유류는 우리와 동일한 뇌 구조와 감정과 관련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 왜 안 되는 것으로만 봐야 할까?”라고 덧붙였다.
야생에서의 '우정'은 드물며, 사육 환경에서 관찰되는 보다 광범위한 정서적 유대와는 달리 대개 특정 상황에 국한된다.
흥미롭게도 사육 환경은 이러한 종 사이의 유대감을 더욱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동물들이 자연적인 사회집단에서 분리되어 낯선 종과 함께 지내게 되면, 종종 종의 장벽을 넘어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 고양이과 동물의 동반자가 없는 가운데서 자란 치타 새끼는 개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동반자에 대한 본능은 가장 깊은 생물학적 본능조차도 압도할 만큼 강력해 보인다.
과학자들은 단순히 서로 가까이 있는 동물들과 진정으로 서로를 아끼는 동물들을 어떻게 구별할까? 그 해답은 몇 가지 결정적인 행동에 있다.
주요 지표로는 상호 그루밍(핥기/청소), 사회적 놀이, 가까운 거리에서 잠자기, 함께 쉬기, 보호적인 제스처 등이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주로 상호 간의 동반에 대한 욕구, 스트레스 감소, 그리고 종 사이에 형성된 독특한 비언어적 의사소통 체계에 의해 주도된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번팅(bunting)'을 하거나 개가 '플레잉 보우(playing bows)'를 하는 행동은, 그 뒤에 이어질 상황이 위협이 아니라 즐거운 일임을 알리는 신호이다. 이러한 행동은 보호 본능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재회했을 때의 들뜬 인사에서 나타나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연구자들이 '능동적 유지(active maintenance)'라고 부르는 현상—단순히 상대방이 근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동물을 찾아가는 행동—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과학자들이 점점 더 '사회적 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이는 소리, 냄새, 움직임이라는 완전히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읽고, 해석하며, 이에 반응하는 능력이다.
개들은 이를 놀라울 정도로 유창하게 수행하며, 여전히 연구자들을 놀라게 할 만큼 예민하게 인간의 감정적 신호를 포착한다. 야생 물고기들은 길들여진 물고기들이 근처에 있을 때 더 대담해지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버빗원숭이는 특정 포식자에 대해 특정한 경보음을 내며, 근처에 있는 다른 종들—새나 영양 등—은 이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
과학자들은 계산적 도구를 사용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회적 상호작용을 추적함으로써 평원의 얼룩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응집력 있는 장기적 유대 관계를 일시적, 우발적, 혹은 단순히 무리를 지어 지내는 상호작용과 구별해 낼 수 있다.
본질적으로, 두 동물이 항상 함께 있으며 서로 털을 손질해 준다면, 이는 진정한 유대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들이 특정 먹이 장소에서만 함께 있다면, 이는 우연한 근접성이나 상호 이익에 의한 것이다.
감정에 대한 의문
이 모든 것은 과학자들이 한때 주저하면서 발을 들여본 영역, 즉 동물에게 감정이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현재의 증거들로 보면 많은 동물에게 감정이 있으며, 그 정교함이 인간에게만 있다는, 감정의 독점성에 대한 기존의 가정에 도전하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생명윤리학자 제시카 피어스는 “인간이 아닌 동물들이 죽음을 인식하고, 슬픔을 경험하며, 때로는 죽은 동료를 애도하거나 의식을 치른다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한다.
신경과학 실험을 통해 통증을 겪는 동물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것과 동일한 신경 회로(편도체와 전전두피질을 연결하는)가, 동료가 고통받는 것을 지켜보는 동물의 뇌에서도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카고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자유로운 상태의 쥐들은 갇혀 있는 동료 쥐를 풀어주기 위해 막힌 튜브를 여는 법을 배운다. 또한 자유로운 쥐들은 제공된 초콜릿을 먹기 전에도 갇혀 있는 쥐를 먼저 돌보았는데, 이는 공감에 기반한 행동으로 보인다.
프레리 볼(Prairie voles)은 인간에게서도 발견되는 유대감 형성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작용으로 고통받는 짝을 핥아주고 위로한다. 영장류, 코끼리, 돌고래와 같은 복잡한 사회성 동물에 대한 관찰 결과,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은 개체에게 위로하는 행동을 보이고, 이 <BBC Earth> 유튜브 영상에서 묘사된 것처럼 죽은 개체에 대한 슬픔을 암시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장류와 다른 사회성 동물들에서도 과학자들은 고통받는 동료 위로하기, 자원 나누기, 부상당한 개체 돕기 등 공감과 유사한 행동들을 기록해 왔다. 최근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연구에서는 심지어 혈연관계가 없는 동료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사례까지 발견되어, 돌봄과 연민의 기원에 대한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했다.
동물은 종의 경계를 넘어 어떻게 소통할까?
사회적 지능을 통해 동물들은 종을 초월하여 비언어적 신호와 감정 상태를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공감 능력을 키우고 의사소통의 간극을 메워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게 한다. 대부분의 종 사이의 의사소통은 포식자, 먹이, 또는 영토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보편적인 청각적, 시각적, 화학적 신호를 ‘엿듣는’ 것에 의존한다. 이러한 공유된 시스템에는 버빗원숭이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특정 경보 소리뿐만 아니라 경계를 정하고 갈등을 줄이기 위한 촉각적 신호와 냄새 표시도 포함된다. 종합적으로 이러한 방법들은 사회성을 가진 동물들이 복잡한 다종 환경을 헤쳐 나가고 상호 이해를 통해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동물의 협력 행동은 기초적인 감정 인식, 사회적 지능, 그리고 경우에 따라 공유된 의도성을 포함한 고도의 인지 능력이 존재함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러한 행동은 동물이 단순히 본능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목표, 의도,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이에 반응할 수 있게 해주는 '마음 이론'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침팬지의 경계 순찰이나 공동 사냥과 같은 협력적 행동은 동물이 계획을 세우고, 의도를 공유하며, 상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협력을 더 잘하는 사회성이 높은 종은 종종 더 높은 수준의 자기 인식(돌고래의 거울 자기 인식 등)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를 구별할 수 있다.
영장류와 같은 일부 동물은 과거의 상호작용을 기억하고 이전에 자신을 도와준 파트너와 선택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데, 이는 기억에 기반한 사회적 관계를 시사한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협력은 뇌의 전두엽 전두피질에 의존하는데, 이 부위는 파트너의 위치를 파악하고 조율된 사회적 결정을 내리는 허브 역할을 한다.
그 중요성
특히 인지과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는 동물의 지각 능력, 감정, 의식을 객관적으로 입증함으로써 윤리적 논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초점은 '동물이 고통을 겪는가'에서 '그들이 고통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기존의 규제 체계에 도전하며, 동물실험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한다. 또한 인간의 이익이 동물의 고통을 상쇄한다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관행을 정당화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과학이 인지적 복잡성을 더욱 입증함에 따라, 이 논쟁은 공리주의적 논리(실험이 그 비용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서 벗어나, 특히 고등 포유류를 중심으로 동물의 본질적 권리를 우선시하는 권리 기반 윤리적 틀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요한다. 이는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충성을 다하고, 위안을 찾으며, 슬퍼하는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함께 나누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