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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정책

다가오는 원자력 정책의 전환

10월 16일
6분 분량

ㅡ유럽에서 극동 지역에까지 각국이 청정 에너지의 미래를 재고하는 이유




*레니바 레온(Leniva Leon)


2015년 가동을 중단하기 전, 독일 그라펜라인펠트 원자력발전소 밖에서 근로자들이 서 있다. 독일에서는 이전 정부들의 반핵 입장이 과연 현명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Christian Visual/Beo Horvat/Wikipedia
2015년 가동을 중단하기 전, 독일 그라펜라인펠트 원자력발전소 밖에서 근로자들이 서 있다. 독일에서는 이전 정부들의 반핵 입장이 과연 현명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Christian Visual/Beo Horvat/Wikipedia

수십년 동안 원자력은 '시간'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듯했다.


원자로를 건설하는 데는 수년이 걸리고, 가동을 중단하는 데는 때로는 수십년이 소요되지만, 원자력 폐기물은 수천년 동안 방사능을 유지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정부는 원자력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미래가 먼저 도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여러 가지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각국 정부는 원자력 정책을 재고하고 있다.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내내 전력을 필요로 한다. 각국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은 수입 에너지에 대한 의존이 얼마나 빠르게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 에너지를 완전히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가 다시 논의의 중심에 돌아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40개국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원자력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 원자력은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10% 미만을 차지하며, 수력발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저탄소 전력 공급원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부터 존재하던 문제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용, 안전, 방사성 폐기물, 그리고 기나긴 건설 기간은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이제 이러한 문제들을 다른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다.



왜 그토록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에서 손을 떼려 했을까?


20세기 후반의 상당 기간 동안, 원자력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선택으로 여겨졌다.


체르노빌 사고는 원자력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훨씬 넘어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수십년 후, 후쿠시마 사고는 기술적으로 선진국이라 해도 재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원자력 프로젝트는 높은 비용, 납기 지연(遲延)과 연관돼 인식되는 반면,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는 전력 시스템에서 입지를 넓혀 갔다.



후쿠시마 사고는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과 전 세계에서 수많은 반핵 시위를 촉발했다. ©Bündnis 90/Die Grünen Nordrhein-Westfalen - Flickr: Aufgebrachte Menge!, CC BY-SA 2.0/Wikipedia
후쿠시마 사고는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과 전 세계에서 수많은 반핵 시위를 촉발했다. ©Bündnis 90/Die Grünen Nordrhein-Westfalen - Flickr: Aufgebrachte Menge!, CC BY-SA 2.0/Wikipedia

독일은 원전 폐지를 '에너지 전환(Energiewende)' 정책의 일환으로 삼았다. 벨기에는 2003년에 원자로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탈리아가 가장 먼저 나섰는데, 1987년 국민투표 이후 원전 폐지를 시작하여 1990년에는 원자력발전을 완전히 중단했다.


계획은 간단해 보였다. 낡은 원전을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설비를 더 많이 건설하며, 원전 없이 저탄소 전력망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수년간의 에너지 계획으로도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즉, 한 국가가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더라도 수입 연료에 의존한다면 여전히 심각한 취약성을 안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벨기에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에너지 위기 동안 벨기에 정부는 도엘 4호기와 티항 3호기 등 두 개의 원자로 가동 기간을 10년 연장했다. 2025년 5월, 의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2003년 원전 단계적 폐지법을 폐지하고 신규 원전 설비 건설 금지를 철회했다.


그렇다고 벨기에가 재생에너지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벨기에는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하기 때문에, 현재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노후 발전소 가동 유지


스페인은 이와 유사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스페인은 여전히 원자력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지만, 2026년 8월 가장 오래된 원자로인 알마라스(Almaraz) 발전소의 가동 기간을 2030년 6월까지 연장하는 안을 승인했다. 정부는 이 결정을 발표하며 중동 분쟁과 그로 인한 가스 가격 상승 및 시장 불확실성을 직접적인 이유로 꼽았다. 국내 화석연료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게 있어 이러한 불안정성은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강력한 근거가 된다.


동시에 스페인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여전히 수입 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장기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원자력 에너지 컨설턴트이자 『세계 원자력 산업 현황 보고서(The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의 주 저자인 마이클 슈나이더(Mycle Schneider)는 <The Earth & I>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태양광과 배터리를 결합한 시스템은 이제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몇 개월 내에 구축할 수 있어 장기적인 [에너지] 해결책을 제공한다. 2022년 이후 전 세계 계통 연계 배터리 용량의 4분의 3 이상이 추가된 만큼 도입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고 말하였다.


스페인의 알마라스 원자력발전소. ©Frobles – 직접 제작, CC BY-SA 4.0/위키백과
스페인의 알마라스 원자력발전소. ©Frobles – 직접 제작, CC BY-SA 4.0/위키백과

알마라스 사례는 이 논쟁이 단순히 원자력 대 재생에너지의 대립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원자로를 폐쇄한다는 것은 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작동하는 전력원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배출량을 늘리지 않고 이를 대체하려면,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뿐만 아니라 저장 장치, 현대화된 전력망, 그리고 해가 비치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를 대비한 예비 전력까지 필요하다.


태양광과 풍력은 비용 면에서 분명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신규 설비 설치 비용은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원자력은 지속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며 탄소 배출량도 적다. 단순히 전력 단위당 가격만을 기준으로 이러한 에너지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전체적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도 완전히 예측하지 못했던 수요


10년 전의 에너지 전망 중 거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요인이 논의의 흐름을 바꿨다. 바로 AI의 부상(浮上)이다.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양의 전력이 안정적으로 필요하며, 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교통 및 산업의 전기화와 더불어 이 점이 정부로 하여금 원자력을 다시 주목하게 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단위당 최대 300메가와트(MWe)의 전력을 생산하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가 이러한 논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단위당 1,000~1,600MWe를 생산하는 지난 수십년간 건설된 대형 발전소와 달리, SMR은 더 작고 표준화되어 있으며, 현장 외에서 제조된 모듈식 부품을 건설 현장으로 운송함으로써 잠재적으로 더 빠르게 건설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소형 원자로는 최근 몇 년간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던 재정적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미국은 SMR 부지 선정 발표가 28건으로, 캐나다(9건), 영국(7건), 러시아(5건)를 합친 것보다 많다.


또한 50MWe에서 20MWe 미만을 생산하도록 설계된 초소형 원자로에 대한 설계도 개발되고 있다. IEA는 최초의 상용 SMR 프로젝트가 2030년경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는 아직 실제 운영을 통해 입증되어야 한다.



원전 재검토에 나선 두 나라


대만은 2025년 5월에 마지막 원자로를 가동 중단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26년 3월, 국영 전력회사 타이파워(Taipower)는 제3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 가능성을 검토하는 계획을 규제 당국에 제출했다. 설령 승인을 받더라도, 이 회사는 전력을 생산하기 전에 안전 점검, 검사 및 새로운 운영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AI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있는 이 섬나라에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원자력 프로그램을 종식시킨 국민투표가 실시된 지 거의 40년이 지난 2026년 9월 23일, 이탈리아 상원은 원자력발전 재개를 위한 법안을 최종 승인했으며, 이는 찬성 81표, 반대 51표로 가결되었다. 이 법안은 정부가 원자로 허가, 안전 기준, 폐기물 관리에 관한 규정을 마련할 수 있도록 12개월의 기한을 부여한다. 길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에너지 장관은 이를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원자력에너지가 “재생에너지와 통합될 때 승리의 기술이 된다.”고 말했다.



원자력을 포기하지 않은 국가들


일부 정부들이 여전히 정책 방향을 전환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 미국, 중국, 러시아는 원자력에 대한 믿음을 결코 버린 적이 없다.


프랑스는 전력의 약 70%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1973년 석유 위기 이후 내린 선택이었으며, 프랑스는 그 이후로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현재 프랑스는 6기의 신규 원자로를 건설하고, 추가로 8기를 더 건설할 계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루이스오비스포 인근의 디아블로캐니언 원자력발전소. 미국은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오랫동안 원자력에 강력하게 의존해 왔다. ©미국 샌루이스오비스포의 Marya - Flickr, CC BY 2.0
캘리포니아주 샌루이스오비스포 인근의 디아블로캐니언 원자력발전소. 미국은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오랫동안 원자력에 강력하게 의존해 왔다. ©미국 샌루이스오비스포의 Marya - Flickr, CC BY 2.0

미국 역시 원자력발전을 고려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며, 현재 전력 공급의 18%를 원자력발전에서 얻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가 개발되고, 미 육군이 군사 기지에 초소형 원자로를 설치하기 위해 22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원자력에 대한 지지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투자가 확실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저함도 없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약속들은 다른 국가들에게 원자력이 없어서는 안 될 타당한 길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원자력발전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그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34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인 러시아는 전력 생산량의 약 19%를 원자력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국내에 5기의 신규 원자로를 건설 중이고 23기를 더 계획 중인 단계에 있다. 중국은 전력 생산의 약 5%만을 원자력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60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며, 37기가 건설 중(전 세계 최다)이고, 수십 기가 더 계획되거나 제안된 상태다. 양국은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원자로를 건설하고 자국의 원자로 기술을 홍보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프랑스는 뒤처져 있다.



어려운 점


하지만 가장 큰 과제가 정해진 기한과 예산 내에서 원자로를 건설하는 것이라면, 단순한 열정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대형 원자로는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들고 건설 기간이 길다. 최근 부유한 국가들의 프로젝트들은 예산을 크게 초과하고 일정보다 지연되었다. 자금 조달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수익을 창출할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는 수년간의 건설 기간 동안 대출기관에 막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업계는 원전의 단계적 폐지 기간 동안 축소되었던 인력과 공급망을 재건해야 한다. 또한 어떤 국가도 장기적으로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였다.


SMR이 이러한 문제 중 일부를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더 빠르고 저렴해질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대중의 인식은 또 다른 문제이며, 어떤 기술도 이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독일이 좋은 예다. 독일은 2023년 4월 마지막 3기의 원자로를 폐쇄했으나, 그 이후로 원자력발전 재도입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재도입에 대해 논의하는 것과 실제 방향을 바꾸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2026년 5월, 독일 연방의회(Bundestag) 산하 한 위원회는 원전 퇴출 정책을 철회하고 폐쇄된 원전을 재가동하자는 제안을 기각했다.


따라서 많은 국가에서 원자력발전이 정치적으로 지지를 얻고 있지만, 모든 국가가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안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가장 중요한 변화는 원자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동차와 공장을 전기화해 나가면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또한 점차 더욱 성장해 가는 디지털 세계에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게다가 이들은 에너지 의존도가 국가 안보상의 우려로 대두된 시기에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원자력발전의 과거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또한 이것이 원자력을 전력망의 지속적인 구성 요소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기술, 전력망이 발전하는 동안의 과도기적 수단에 그칠 것인지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벨기에, 스페인, 대만, 이탈리아, 독일은 모두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므로 그 해답을 아직 모색 중인 상태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늘날 원자력에 대한 각국의 태도가 유동적이며, 많은 정부가 더 이상 원자력 포기만을 당연한 선택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뿐이다. 그러나 서쪽의 미국과 동쪽의 중국, 러시아가 이제 원자력에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청정에너지인 이 대규모 전력 생산 방식에 대한 문이 더욱 활짝 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레니바 레온은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스카운티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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