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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생태계

한 시인이 ‘국립공원’ 개념을 싹틔우다

최종 수정일: 1월 16일

ㅡ윌리엄 워즈워스의 자연 사랑과 환경주의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에서 잉글랜드의 최고봉 스카펠 파이크를 내려가는 등산객들. 토머스 로스/아이스톡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에서 잉글랜드의 최고봉 스카펠 파이크를 내려가는 등산객들. 토머스 로스/아이스톡

“나는 구름처럼 외로이 떠돌았다.” 윌리엄 워즈워스가 1804년에 쓴 이 구절 자연에  대한 글쓰기에서 가장 유명한 비유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며, 낭만주의 시인들의 감성적 정서와 동의어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비유와 시가 흔하지 않았다.

워즈워스(William Worldsworth, 1770~1850)는 당시의 답답하고 영웅적인 음운시에서 벗어나 자연에 대한 사랑에 뿌리를 둔 새로운 시의 영역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영혼이 깃들고 열정이 넘치면서도 여전히 절제된 운율과 음률을 갖춘 시를 지향한 것이다.

워즈워스는 자연을 영적 위안의 원천이자 도덕적 힘으로 보는 자신의 사상을 시험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가 절친이자 동료 시인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와 함께 1798년 첫 작품으로 『서정민요(Lyrical Ballads)』을 출간했을 때, 이는 확실히 스타일 면에서 선명한 새로운 선례를 세웠다. 그 영향력은 너무나 강력하여 현대적 사고에까지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자연보존 운동과 환경 운동까지 촉진했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로맨틱 시의 출발점으로 인정하는 작품이 바로 이 『서정민요』이다.

19세기 중반까지 지속된 지적 시대로서의 낭만주의는 과학, 시각예술,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사고 영역을 포괄했다.



물질주의적 지적 사고에 대한 반발


『서정민요』이 출간되었을 당시 워즈워스와 콜리지의 사상은 시의 언어를 넘어선 흥미로운 논쟁의 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지인이자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에라스무스 다윈은 식물의 유성생식에 관한 세세한 내용을 시로 엮은 『식물원』을 출간했는데, 『서정민요』은 부분적으로 바로 이 다윈의 저서에 대한 응답이었다.

워즈워스에게 중요한 것은 자연이 작동하는 기계적 세부 사항이 아니라, 인간이 삶에 지침을 얻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도덕적 원칙과 은유적 유사성이었다. 이 사상은 워즈워스의 시 「뒤집힌 테이블(The Tables Turned)」에 반영되어 있다:


자연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달콤하다;

우리네 지성의 간섭은

사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훼손하니---

해부하려다 살해하는 것이니라.


레네 버글랜드는 저서 『자연의 마법: 에밀리 디킨슨, 찰스 다윈, 그리고 현대과학의 여명』에서 워즈워스의 시가 “에라스무스 다윈의 자연세계 연구에 대한 물질주의적 접근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특정 식물과 동물에 집중하는 체계적인 연구보다 매개되지 않은 경험이 정신적·심리적으로 더 의미 있다고 주장했다.”고 기술한다.(Bergland, p. 33)

워즈워스에게 해부의 과학적 가치는 명백했지만, 그 영적 가치는 분명하지 않았다.


워즈워스가 과학에서 시적 감동을 전혀 찾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오해일 수 있으나, 그는 하나의 체계로서의 자연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했다. 생태학(ecology)이라는 단어는 워즈워스 시대에 존재하지 않았으나(1866년에야 만들어짐), 그는 생태학적 사고를 가진 사상가였다.

저자 조너선 베이트는 『낭만주의 생태학: 워즈워스와 환경 전통』에서 워즈워스가 자신을 자연계의 한 요소로 인식했으며, 그 세계의 일부로서 자신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고 지적한다.

이는 후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와 같은 미국 초월주의자들에게 영감을 준 사상이었다. 베이트는 워즈워스와 소로 같은 작가·사상가들이 “자연 경제와 인류 활동 사이의 공생 관계에 대한 강조”에서 독특했다고 기술한다.(Bate, p. 39)


1842년 초상화 속 윌리엄 워즈워스. 그는 1843년부터 1850년까지 영국 왕실 시인이었다. 벤저민 로버트 헤이든/위키백과
1842년 초상화 속 윌리엄 워즈워스. 그는 1843년부터 1850년까지 영국 왕실 시인이었다. 벤저민 로버트 헤이든/위키백과

환경주의자 워즈워스


'인간의 활동'이라는 맥락에서 자연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워즈워스가 사랑하는 잉글랜드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대해 쓴 글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워즈워스는 여동생 도로시와 함께 시골을 거닐기를 좋아했으며, 19세기 초반에도 이 지역에서 증가하는 인간 활동의 영향에 대해 우려하게 되었다. 시인은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그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고자 했으며, 이 지역에 대한 여행자 핸드북인 『잉글랜드 북부 레이크 디스트릭트 안내서』에 이를 기록했다. 베이트가 지적했듯이, 워즈워스가 이 안내서를 쓴 목적 중 하나는 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함이었다.(Bate, p. 47)

워즈워스는 1810년판 가이드에서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인식할 눈과 즐길 마음을 가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국민 재산’으로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민 재산'의 개념은 결국 현대적 국립공원 개념의 토대가 되었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은 1872년 미국에 설립되었으며, 이후 수많은 국립공원이 지정되었다. 잉글랜드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195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1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현대적인 환경과학에 대한 이해가 없었음에도,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보존하는 일은 워즈워스에게 강박적인 숙제가 되었다. 그는 영적·육체적 건강을 각자의 특정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베이트가 말하는 낭만적 생태학의 일부는 자연이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베이트가 지적하듯, “'낭만적 생태학'은 녹색 지구를 숭상한다. 왜냐하면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우리는 녹색의 생명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의 안팎이 '하나의 생명'으로서 존재하며, 지구는 우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불안정을 자초하고 있는 거대한 단일 생태계라고 선포한다.”(베이트, p. 40)


그러나 녹지공간이 주는 신체적·정신적 건강 혜택 너머로, 워즈워스는 자연세계와의 연결에서 깊은 영적 혜택을 보았다. 비록 그가 깊이 기독교적인 사회에 살았지만, 그는 그 영성을 명시적인 기독교 신앙으로부터 분리하려 했다. 리처드 홈스는 『경이의 시대』에서 워즈워스와 콜리지가 신에 대한 암시를 피하면서도 영적이며 숭고한 개념을 탐구하려 했다고 쓴다. “[워즈워스와 콜리지]는 인생에서 가장 급진적인 이 시기에, 인간 내면과 자연 우주 모두에 존재하는 '영적' 힘—그것이 무엇이든—에 대한 직관을 유지하면서도 신에 대한 명시적 언급을 피하려 했다.”(Holmes, p. 316)



사색적인 워즈워스


워즈워스는 시 「훈계와 응답(Expostulation and Reply)」에서 기독교를 초월한 영성 개념을 더 깊이 탐구한다. 시인은 책이나 성경을 읽는 것보다 자연을 관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는 '현명한 감수성'을 기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한다:


만물이 끊임 없이

말을 걸어오는데

스스로 자신을 드러낼 게 아무것도 없다고

아직도 끊임없이 찾아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시인에게 '현명한 감수성'은 자연세계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기르는 것을 의미했다. 이 시는 낭만주의의 기본 텍스트로, 낭만주의가 강조하는 직관, 감정, 자연의 직접적 체험과 신고전주의가 중시하는 이성, 정규 교육, 서적의 권위를 대비시킨다.



잉글랜드에서 가장 깊은 호수인 웨이스트워터 호숫가에 자리한 와스데일 헤드 마을은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의 산악지대 자락에 안겨 있다. Miguel Arcanjo Saddi/Pexels
잉글랜드에서 가장 깊은 호수인 웨이스트워터 호숫가에 자리한 와스데일 헤드 마을은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의 산악지대 자락에 안겨 있다. Miguel Arcanjo Saddi/Pexels

교수이자 생태 비평가인 케이트 리그비는 저서 『낭만주의의 재발견』에서 워즈워스의 '훈계~' 시에서 그가 “현명한 감수성의 함양이 다양한 정신적 양분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만물'에 대한 고조된 감수성을 통해 얻어지는 자양분”이라고 지적한다.(Rigby, p.25) 즉, 수용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자연 속 '사물들'은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리그비는 또한 워즈워스의 명상에 관한 사상이 기독교보다 도교나 불교 같은 동양의 명상적 전통과 더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고 지적한다.

시인의 장소와의 연결은 또한 원주민 영성을 연상시킨다. 포타와토미(Potawatomi) 환경 과학자이자 작가인 로빈 월 키머러는 그녀의 저서 『향모를 땋으며 (Braiding Sweetgrass)*』에서 땅-장소와 연결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나나보조의 발자취를 따라 장소의 토박이 되기”라는 장에서 키머러는 아니시나베 문화의 영웅이자 최초의 인간인 나나보조의 여정을 상상한다. 그녀는 나나보조의 여정을 통해 장소의 토박이가 되는 과정을 묘사하는데, 이는 인간이 지구를 보호하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본다.

그러나 키머러가 강조하듯, 누구나 토착민이 될 수는 없다. 이 경우 그녀는 한 사람이 어떻게 '자연화'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 곧 “장소에 자연화된다는 것은 이 땅이 당신을 먹여 살리는 땅인 양, 이 개울들이 당신이 마시는 물인 양, 당신의 몸을 만들고 영혼을 먹여 살리는 것인 양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키머러, p. 208) 워즈워스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시는 그가 키머러가 묘사한 방식으로 그곳과 연결되어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는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채우기 위해 땅을 바라보았다.


도로시가 윌리엄에게 준 영감


도로시 워즈워스의 초상화. 위키백과
도로시 워즈워스의 초상화. 위키백과

워즈워스는 자연을 영적 삶의 안내자로 여겼다. 그는 자연을 깊이 연구했으며, 이 자연에 대한 매혹을 여동생 도로시와 공유했다. 그녀는 그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속내를 털어놓는 상대였으며, 시골을 거니는 그의 산책에 동행했다. 그녀의 일기들은 종종 윌리엄의 시에 영감을 주었다.

따라서 서두에서 말한 워즈워스의 유명한 구름은 시인이 암시하는 것처럼 그리 외롭지 않았다. 그의 누이는 “호숫가, 나무 밑에서 / 바람에 흔들리며 춤추는 / 황금빛 수선화 무리”와의 만남을 함께했다. 남매 모두 자연을 예리하게 관찰했으며, 현대에 이르러 이런 환경 '관찰'은 일종의 행동주의가 되었다. 저자 제니 오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주의력 경제에 맞서기』에서 자연을 관찰하는 것이 주의력을 빼앗으려는 소셜미디어와 광고로부터 내면의 세계를 되찾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오델 자신의 주의력 실험은 그녀의 현실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파괴적인 뉴스 사이클과 생산성 위주의 담론에서 내 관심 지도를 따로 분리해 단순 관찰의 패턴을 통해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공동체 기반의 또 다른 지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그녀는 적고 있다.(오델, p. 122) 오델은 자연으로의 주의력 재조정을 급진적 행위이자 일종의 저항으로 본다. 마치 워즈워스가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만물'에 대한 현명한 감수성을 옹호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구름처럼 외로이 떠돌았다”에서 워즈워스는 야생 수선화와의 만남에 깊은 감동을 받아 그 아름다움을 마음 속에 새긴다. 집에서 조용히 앉아 아름다운 광경을 떠올리며 “... 그때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 / 수선화들과 함께 춤을 추네.”라고. 이 자연과의 순간은 워즈워스에게 진정한 기쁨과 평화의 상징이 되어 기도나 명상처럼 고요한 순간에 불러올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그는 영성을 일깨우기 위해 주변 환경을 바라보았으며, 이러한 충동은 오늘날에도 자연세계와의 재연결을 위한 노력 속에서 여전히 발견된다.

 


*말 콜 매사추세츠주에 거주하는 프리랜서로서 과학과 자연 분야의 작가이다.



참고문헌

  • 베이트, 조너선. 『낭만주의 생태학: 워즈워스와 환경주의 전통』. 라우틀리지, 1991.

  • 버글랜드, 르네. 『자연의 마법』. 프린스턴대학교 출판부, 2024.

  • 홈스, 리처드. 『경이의 시대: 낭만주의 세대가 발견한 과학의 아름다움과 공포』. 판테온 북스, 2008.

  • 오델, 제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주의력 경제에 저항하기』. 멜빌 하우스, 2019.

  • 리그비, 케이트. 『낭만주의의 재발견: 탈식민주의 생태시학으로』. 블룸즈버리 아카데믹,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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