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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에너지

미국과 전 세계의 전력망 재구축

최종 수정일: 2일 전

ㅡ 새로운 ‘송전’ 초고속 하이웨이가 등장한다




텍사스주 웹스터에 세워진, 3줄로 나란히 서 있는 송전탑은 고전압 교류전력의 송전을 위해 건설된 것이다. 고전압 교류는 직류에 비해 장거리 송전 때 ‘전력 손실’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 ©짐 에반스/위키백과
텍사스주 웹스터에 세워진, 3줄로 나란히 서 있는 송전탑은 고전압 교류전력의 송전을 위해 건설된 것이다. 고전압 교류는 직류에 비해 장거리 송전 때 ‘전력 손실’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 ©짐 에반스/위키백과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켜면 시원한 공기가 거의 곧바로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우리는전기를 공급해 주는 전선, 터빈, 변압기, 변전소, 제어 센터로 이루어진 방대한 시스템을 잊고 지내기 쉽다. 전기제품 이용 과정이 너무나 수월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거대한 네트워크인 전력망이 별다른 변화 없이 항상 존재할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전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은 대대적인 개편을 필요로 한다. 100년 이상 생산되어 온 전기는 발전소에서 소비자에게로, 그 사이에 지연 없이 오직 한 방향으로만 흐르곤 했다. 하지만 오늘날,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미국 전력 생산의 22% 차지하고 전국적으로 지붕형 태양광발전과 배터리 저장설비가 추가됨에 따라 전기는 이제 양방향으로, 그리고 간헐적으로 흐르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 면에서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을 일종의 ‘에너지 고속도로’ 묘사한다. 즉, 이는 방대한 양의 전기를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빠르게 효율적으로 먼 거리까지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고압 송전선로 네트워크를 말한다.


위 전력시스템 도식에서 발전소(왼쪽)는 전기를 생산하며, 이 전기는 수천 볼트로 승압된다. 전기는 송전시스템(파란색)을 통해 이동하며 단계적으로 전압이 낮추어져 마침내 가정과 소매업체 등에 공급된다. ©미국 에너지부
위 전력시스템 도식에서 발전소(왼쪽)는 전기를 생산하며, 이 전기는 수천 볼트로 승압된다. 전기는 송전시스템(파란색)을 통해 이동하며 단계적으로 전압이 낮추어져 마침내 가정과 소매업체 등에 공급된다. ©미국 에너지부

이러한 필요성은 점점 더 시급해지고 있다. 증가하는 전력 수요,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의 확대, 끊임없이 충전을 필요로 하는 전기차의 확산, 그리고 가정과 산업 분야의 전기 사용 확대는 전 세계적으로 노후화한 전력망에 전례 없는 부담을 주고 있다.


전선 길이가 약 112만km에 달하는 미국에서는 “전력망의 75%가 설치된 지 25년이 넘었으며”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2024년 당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히트맵(Heatmap)’ 팟캐스트에서 밝힌 바 있다.



시스템 현대화


설치된 지 70년 또는 80년이 지나, 점점 노후화되고 오늘날의 에너지 환경과 동떨어진 전력망이 방대하게 존재하는 환경은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기업의 전력시스템 설계와 전환을 지원하는 컨설팅 및 엔지니어링 회사인 TRC의 최고경영자(CEO) 에드 미슈카(Ed Myszka)에 따르면, 여기에는 기회가 있다.


실제로 미슈카는 TRC 웹사이트에 “때때로 산업은 전환점에 도달한다. 변화가 단순히 가속화되는 것을 넘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드문 순간을 맞을 경우가 있다. 전력산업에 있어 2026년이 바로 그 순간이다.”라고 적었다.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기존의 발전소는 전력을 공급하는 도시 내부나 그 근처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의 새로운 에너지의 대부분은 외딴 곳에 위치한 태양광발전소와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며, 이들 중 상당수는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 있다. 이는 전기가 가정과 기업에 도달하기까지 수백, 심지어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든 전력을 구식 송전시스템을 통해 전송하려는 시도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 송전 과정에서 에너지는 열로 손실되는데, 이를 '선로 손실'이라고 한다. 전기가 기존의 교류 송전시스템을 통해 멀리 이동할수록 도중에 손실되는 에너지는 더 많아진다.



HVDC 송전기술의 등장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전력 회사나 정부 및 민간 개발사들은 고전압 직류(HVDC)로 알려진 새로운 송전기술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HVDC 송전선의 송전 손실은 약 2%에서 3% 수준인 반면, 고전압 교류(HVAC) 시스템의 경우 5%에서 10% 이상에 달한다. 또한 HVDC 송전선은 더 많은 양의 전력을 더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 게다가 서로 동기화되어 운영되지 않는, 별도의 지역 전력망을 연결하여 유연성과 복원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초창기 인터넷은 전례 없는 속도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전송했기 때문에 '정보고속도로'라고 불렸다. HVDC 지지자들은 이 기술이 전기 분야의 '정보고속도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오늘날 노후화한 대부분의 인프라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막대한 양의 전력을 보낼 수 있는 '에너지 고속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이피 모건(JP Morgan)의 보고서에 따르면, HVDC 프로젝트는 노후화한 인프라를 교체하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전력시스템의 관리를 개선함으로써 전력망의 현대화에 기여할 수 있다.



체리피커에 탄 선로 작업자들이 전력선을 수리하고 있다. ©미국 공공전력협회(American Public Power Association)/Unsplash 
체리피커에 탄 선로 작업자들이 전력선을 수리하고 있다. ©미국 공공전력협회(American Public Power Association)/Unsplash 

기존 전력시스템은 주로 HVAC를 사용한다. 그러나 HVDC 시스템은 장거리 송전을 위해 교류(AC) 전기를 직류(DC)로 바꾼 뒤, 가정과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다시 교류로 변환한다.


HVDC 기술은 재생에너지를 장거리로 송전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예를 들어, 와이오밍주에서 생산된 풍력에너지를 캘리포니아주로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다. 미국 남서부에서 생산된 태양광 에너지는 결국 중서부나 동부 도시의 전력 공급에 기여할 수 있다.



HVDC는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HVDC만으로는 전력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전력시스템에는 지역 배전망의 현대화, 더 견고한 변전소 및 변압기, 에너지 저장 용량의 확대, 더 스마트한 전력망 관리 소프트웨어, 그리고 사이버 공격 및 극한 기상 상황에 대한 방어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많은 전력 회사들이 대형 변압기 부족과 새로운 송전 프로젝트 허가 절차의 장기간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HVDC는 기존 전력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구축된 대용량 백본, 즉 지역 및 광역 시스템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전력 고속도로' 네트워크로 점점 더 인식되고 있다.

시기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AI 관련 데이터 센터, 전기 자동차, 냉방 수요, 산업 성장 등에 힘입어 향후 몇 년간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연평균 3.6%의 급격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센터만으로도 새로운 전력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의 HVDC


HVDC 송전망은 이미 중국, 인도, 호주, 유럽 일부 지역을 포함하여 인구가 많고 분산된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구축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에 따르면, 중국은 특히 초고압 송전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 주자로 떠올랐으며, 서부의 수력, 태양광, 풍력발전 프로젝트에서 동부의 인구 밀집 지역까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전력을 보내는 대규모 HVDC 송전망을 건설하고 있다. 인도는 대륙 내 전역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연결하기 위해 HVDC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해상풍력발전 단지와 인접 국가의 전력망을 연결하기 위해 HVDC 해저케이블 의존도를 점점 더 높여가고 있다.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가정의 TV나 전자레인지로 전기를 전달하는 고압 송전탑. ©Radik 2707/Pexels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가정의 TV나 전자레인지로 전기를 전달하는 고압 송전탑. ©Radik 2707/Pexels

엔지니어링 및 건설 회사 번스 앤 맥도널(Burns & McDonnell)의 부(副)기술 컨설턴트인 밥 홉슨(Bob Hobson)은 '유틸리티 다이브(Utility Dive)'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역사적으로 이 분야에서 뒤처져 온 주된 이유는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에 수반되는 높은 초기 비용과 복잡한 규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미국 내 고압 송전선로 중 HVDC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소수의 HVDC 프로젝트들이 계획 또는 여러 단계로 건설 도중에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기차 노선을 연상시키는 듯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몬태나주와 노스다코타주를 연결하고 주요 지역 전력 시장을 잇는, 총길이 약 670여 킬로미터, 525킬로볼트급 HVDC 송전선로인 ‘노스 플레인스 커넥터(North Plains Connector)’다. 한편, '트랜스웨스트 익스프레스(TransWest Express)' 프로젝트는 와이오밍주의 풍력발전 전력을 112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네바다주, 애리조나주, 캘리포니아주로 송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주요 프로젝트인 약 545킬로미터 규모의 '챔플레인 허드슨 파워 익스프레스(Champlain Hudson Power Express)'는 퀘벡의 수력발전을 뉴욕시로 연결할, 대부분 지하 및 해저를 통과하는 HVDC 송전선로이다. 2022년에 공사가 시작되었으며, 이 송전선로는 조만간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SOO 그린 재생에너지 철도(SOO Green Renewable Rail) 프로젝트는 기존 철도 노선을 따라 지하 HVDC 케이블을 주로 설치하여 아이오와주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일리노이주의 전력 시장과 연결할 계획이다.


HVDC 시스템의 주요 장점 중 하나는 경로 설정의 유연성이다. 기존의 가공 교류(AC) 송전선과 달리, HVDC 케이블은 지하에 매설하거나 수중에 설치하기가 더 용이하다. 지하 송전선은 폭풍의 영향을 덜 받으며, 지역사회와 경관에 미치는 시각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산불이 빈번한 지역에서는 지하 HVDC 선로가 송전선로와 철탑이 강풍이나 식생에 의한 발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해상풍력발전 개발은 HVDC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질 수 있는 또 다른 분야이다.


유럽에서는 송전 사업자인 테넷(TenneT)이 북해에 여러 풍력발전 단지와 독일 및 영국 국가 전력망을 연결할 수 있는 대규모 해상 HVDC 허브를 제안한 바 있다. 약 15만2700여 킬로미터(95,439마일)에 달하는 미국 해안선을 따라 해상풍력발전이 확대됨에 따라, 유사한 시스템이 결국 미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업그레이드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각국이 송전시스템 현대화를 서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대규모 송전 프로젝트는 승인과 건설에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 지역 주민의 반대, 토지권 분쟁, 공급망 병목 현상, 막대한 건설 비용 등이 모두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재생에너지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력망 현대화는 신뢰성과 국가 경쟁력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에 의해 주도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전기 이동 수단의 급속한 성장은 정부와 전력회사들로 하여금 현재의 전력시스템이 미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재고하도록 만들고 있다.


앞으로 에어컨을 켤 때, 그 에어컨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가 어디서 왔는지 거의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 전기는 지역 내에서 이동했을 수도 있고,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풍력발전 단지, 수력발전소, 태양광발전 시설, 또는 해상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수백, 심지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산되어 전달되었을 수도 있다.


오늘날의 송전 계획이 추진된다면, 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그리고 더 효율적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이는 전기화를 훨씬 더 확대할 세상을 위해 설계된 차세대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진 틸마니(Jean Thilmany)는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작가로, 과학 및 공학 주제에 대해 자주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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