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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기후 변화

포위당한 벌

최종 수정일: 1월 15일

지구 온도 상승으로 위협에 내몰리다




*말 콜(Mal Cole)



꿀이 가득한 벌집틀을 검사하는 양봉가. ©주이스 플레어/ShutterStock 셔터스톡



여름날 꽃가루를 모으는 꿀벌의 경쾌하게 웅웅거리는 소리와 반가운 꽃을 향해 까닥대며 날아다니는 호박벌의 둥근 모습은 꽃이 활짝 핀 정원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일부이다. 수분(꽃가루받이)은 단순히 가벼운 노동이 아니다. 특히 바쁜 벌들은 그들 몸무게의 30%에 달하는 황금빛 꽃가루를 꽃과 꽃 사이로 옮기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꽃가루를 매개하는 곤충들은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을 준다. 꽃이 피는 야생 식물의 약 85%는 수분 매개자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며, 이들이 줄어든다면 식물의 다양성이 위협받게 된다. 재배 작물의 3분의 1 이상이 수분을 필요로 하며, 벌과 같은 수분 매개자의 개체수 감소가 전 세계 식량 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곤충 개체수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2016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7년 동안 날아다니는 곤충 수가 무려 75%나 감소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벌 개체수를 보호·보존하고 증가시키려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벌 개체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환경 로비 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수분 매개체에 대한 스트레스 요인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환경단체는 2024년 5월 세계 벌의 날을 맞아 ‘아니, 벌은 괜찮지 않다.’는 주제로 메시지를 작성했다.


현재 벌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기생충, 서식지 및 먹이원 파괴, 살충제 사용 등이 있다. 특히, 2024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폭염과 지구 온난화 역시 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풍성함을 주는 꿀벌


꿀벌은 맛있는 꿀과 유용한 밀랍을 생산하는 중요한 수분 매개체이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인류는 선사 시대부터 벌을 기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꿀벌은 약 30만 년 전 아시아에서 처음 발생하여 유럽과 아프리카로 퍼져 나갔다. 북미가 원산지가 아니라 1622년경에 유럽 최초의 식민지 개척자들과 함께 북미에 도착했다. 꿀벌은 단순히 꿀을 생산하는 것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유럽에서 자주 재배되는 다양한 농작물의 수분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존재이다.


꽃가루를 모으고 있는 꿀벌. ©Mal Cole


스태티스타닷컴(Statista.com)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상업적 수분용 꿀벌 벌통의 수가 250만 개를 넘었다고 한다. 벌통은 운송이 비교적 용이하여 개화기에 상업용 과수원과 농장에서 농작물에 수분을 공급한다. 예를 들어, 이른 봄철에는 미국의 상업용 벌통의 60~75%가 아몬드나무의 수분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보내진다. 이후 일부 벌통은 과수원과 베리 농장의 수분을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고, 다른 벌통은 특수 작물의 수분을 위해 남쪽과 동쪽으로 향하게 된다고 미국 농무부(USDA)는 설명한다.


이 과정은 꿀벌에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 2020년 영국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꿀벌의 죽음은 다른 모든 어류와 포유류의 합보다 더 많다 하는데, 이는 우리에게 큰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 신문은 농작물을 수분하는 꿀벌들이 독성이 있는 글리포세이트(상품명 라운드업)와 성충과 새끼 모두에게 해로운 네오니코티노이드 포함한 화학 살충제와 제초제의 혼합물, 즉 '수프'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보도한다.


꿀벌 개체군에 대한 위협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1980년대 후반에 미국에 유입된 기생충인 바로아 응애(Varroa destructor)는 꿀벌에게 치명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후반에 미국에 유입된 기생충인 바로아 응애(Varroa destructor) 진드기는 꿀벌에게 치명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진드기는 성장 중인 애벌레 방에 들어가 꿀벌 유충을 잡아먹으며, 일벌에게도 달라붙는다. 진드기는 꿀벌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질병과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바로아(Varroa) 감염을 방치하면 벌통 전체가 파괴될 수 있다.


꿀벌을 해치는 바로아 응애 진드기 이미지. 출처: 크리스티나 크리스트몬, 메릴랜드 대학교.



2020~2021년 미국의 일부 양봉가들은 살충제 노출, 기생충, 벌집군집 붕괴 장애와 같은 질병으로 6개월 시즌당 30% 이상, 1년 후에는 전체적으로 약 45%의 벌을 잃었다.

 

일부 양봉가들은 매년 벌의 개체수를 늘리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 이들은 벌집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자주 분봉을 해주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쇠한 여왕벌을 젊고 건강한 여왕벌로 교체한다. 이로 인해 매년 많은 꿀벌이 사망하더라도 개체수는 여전히 증가할 수 있다. 2024년 액시오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2022년 꿀벌 서식지 개체수 조사에서 "2007년 이후 미국 전역에 100만 마리 이상의 꿀벌이 증가하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가축 유형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꿀벌 개체수의 증가가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이는 감소세를 겪고 있는 토종벌과의 자원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종벌에 대한 이해


전 세계적으로 약 2만 종의 벌이 존재하며, 그중 4000여 종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발견되고 있다. 남극은 토종벌이 없는 유일한 대륙으로 알려졌는데, 조지프 윌슨과 올리비아 메싱거 카릴이 저술한 ‘뒷마당의 꿀벌: 북미의 꿀벌 가이드(The Bees in Your Backyard: A Guide to North America's Bees )에 관련 내용이 소개된 바 있다.

이에 비해 북미에는 약 1100의 조류만 존재하며, 포유류는 462종만 알려져 있다.

 


"평가 가능한 충분한 데이터가 있는 토종벌 1437종 가운데 절반 이상인 749종이 감소하고 있다."

 

토종벌은 꿀 생산과 수분 서비스를 통해 인간에게 상당한 금전적 이득을 제공하는 '가축' 꿀벌만큼 연구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애리조나에 본부를 둔 생물다양성센터의 전례 없는 보고서는 토종벌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즉 이 보고서는 "평가할 만한 충분한 데이터에 의하면, 토종벌 1437종 가운데 절반 이상(749종)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한다. "토종벌의 거의 4분의 1(347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고자 2020년에 토종벌 개체수 모니터링을 위한 미국 농무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교에 본부를 둔 국립 토종벌 모니터링 네트워크의 목표는 "벌 연구자들을 통합"하고 "벌 모니터링을 위한 강력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벌은 생물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토종벌은 생물 다양성을 기반으로 번창하지만, 단일 종을 찾는 모노컬처로 인해 피해를 당한다. 일부 토종벌은 다른 꽃가루 공급원이 있어도 특정 식물에서만 꽃가루를 수집하기 때문에 토종 식물의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Wilson & Carril, 22쪽).

 

토종벌은 크기와 색상이 다양하다. 가장 작은 토종벌인 트리고나 미니마(Trigona minima)는 남미에서 발견되며, 핀 머리보다도 작다고 윌슨과 카릴은 그들의 저서에서 언급한다. 반면, 가장 큰 벌인 메가칠레 플루토는 1984년 재발견되기 전까지 한 세기 이상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다. 이 벌은 여전히 매우 희귀하며 길이는 약 1.5인치로 금귤 크기와 비슷하다. 토종벌의 색상은 검은색과 노란색을 넘어, 일부 벌은 오스미아(Osmia)속처럼 무지개 빛 청록색을 띠기도 한다.



호박벌은 자연에서 가장 효율적인 꽃가루 매개자의 하나이다


아마도 토종벌 중 가장 잘 알려진 하나는 호박벌일 것이다. 호박벌은 북반구 전역에서 발견되며, 250여 종의 다양한 호박벌이 존재한다(Wilson & Carril, 242쪽).


호박벌은 자연에서 수분 매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이들은 여러 출처로부터 꽃가루를 모으며, 꿀벌보다 분당 두 배나 많은 식물을 찾아 다닐 수 있다. 호박벌은 근육을 진동시켜 꽃밥에서 꽃가루를 떨어뜨리는 '버즈 수분(Buzz pollination)' 기술을 사용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가루받이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호박벌이 수행하는 꽃가루 매개 작업은 꿀벌의 작업보다 더욱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서식지 부족, 기후 번화, 바이러스, 살충제의 사용 등 여러 요인으로 호박벌 수가 줄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범블비 보존 트러스트는 이 소중하고 유용한 생물의 최소 두 종이 현지에서 멸종했다고 밝혔다.


미네소타 조경수목원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호박벌 한 마리가 투베로사(버터플라이 위드) 꽃을 찾은 모습 Photo: 공개 도메인



꽃가루받이의 위기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북미와 유럽에서 토종벌과 일반 꿀벌 개체수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늘날 상업용 꿀벌 군집 수는 적극적인 양봉장 관리 덕분에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서식지 손실, 살충제 노출, 질병 등은 여전히 벌 개체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왕립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폭염이 수분 매개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한다.

 

2024년의 연구에서는 호박벌 실험그룹을 인공 열파의 고온 환경에 노출시키고 그 반응을 관찰했다. 벌은 시각을 통해 꽃을 찾지만, 식물이 방출하는 꿀과 꽃가루의 휘발성 화합물은 '후각'으로 감지한다. 연구 결과, 고온은 벌과 식물 간의 이러한 화학적 소통을 방해하며, 열이 증가함에 따라 벌의 더듬이 감도가 최대 8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더위로 인해 수분 매개자의 효율성이 떨어지면, 지구 기온 상승이 전 세계 식량 공급과 생물 다양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5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꽃피고 열매 맺는 속씨식물의 87.5%가 수분 매개자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는 수분 감소가 식량을 속씨식물의 열매에 의존하는 다른 종들에게도 '연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분 매개자 돕기


다행히 정원사나 자연 애호가들은 수분 매개 식물, 특히 토종 식물이 자생하는 정원을 조성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The Earth & I: 집에서 가꾸는 국립공원: '살고, 일하고, 놀고, 기도하는' 생산적인 생태계 구축” 참조] 적절한 영양 공급은 꿀벌의 면역 체계를 강화하여 질병과 기후 변화의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제르세스(Xerces) 소사이어티와 같은 단체는 해당 지역의 꽃가루 매개 곤충에 적합한 식물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꽃가루 매개체를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꽃을 심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속이 빈 식물 줄기와 썩어가는 나무는 지저분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토종벌들이 새끼를 기르는 데 훌륭한 쉼터가 된다. 서식지 손실은 벌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므로, 작은 정원이라도 피난처를 제공함으로써 굶주린 꽃가루 매개 곤충에게 중요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다양성과 아름다움, 풍요로움을 지닌 토종 꽃가루 매개체를 발견하고 보호하는 것은 자연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말 콜 매사추세츠주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과학 및 자연 전문 작가이다.


인용 출처: 윌슨, 조지프 S. 및 올리비아 M. 카릴. 2016. 당신의 뒷마당에 있는 꿀벌: 북미 꿀벌에 대한 가이드. 프린스턴, 뉴저지: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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