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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기후 변화

기후변화에의 지구공학적 접근

누가 결정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며, 누가 위험을 감수하는가?



*재나 페레즈-앤젤로(Jana Perez-Angelo)



이 사진은 우주에서 재진입 중인 소유스 우주선과 함께 지구 대기권을 보여준다. 주황색은 대류권(지상에서 평균 약 1200km까지 상승)이며, 파란색은 성층권(지구 표면 위 평균 약 3만 km까지 확장)이다. 기후지구공학자들은 이 성층권에 이산화황 가스를 방출해 태양광을 반사하는 황산염 입자를 형성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NASA/Scott Kelly
이 사진은 우주에서 재진입 중인 소유 우주선과 함께 지구 대기권을 보여준다. 주황색은 대류권(지상에서 평균 약 1200km까지 상승)이며, 파란색은 성층권(지구 표면 위 평균 약 3만 km까지 확장)이다. 기후지구공학자들은 이 성층권에 이산화황 가스를 방출해 태양광을 반사하는 황산염 입자를 형성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NASA/Scott Kelly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가 유례없이 강도 높게 번지고, 폭염이 전력망을 압박하며, 가뭄이 식량 체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통스럽게도 한 가지 사실이 명확해졌다. 즉 인류는 시간 부족에 쫓기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기후변화 협약(UNFCCC)과 같은 기관들의 경고와 수십 년간의 위험성 경고, 정상회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필요한 속도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한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에 따라 공공 논의에서 한때 상상하기 어려웠던 아이디어들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 등장했다. 이는 지구 기후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조작해 지구 온난화를 역전시키려는, 대담하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개념이다. 과거 디스토피아 소설의 소재로만 여겨졌던 지구공학은 이제 과학 저널, 정부 회의, 심지어 기업 이사회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대기 중에 태양광을 반사하는 거대 구름을 생성하거나, 브라질 영토 규모의 우주 거울을 건설하거나, 극빙(극지 얼음) 아래에 수중 커튼을 설치하는 등, 이러한 기후 개입 전략은 추상적인 개념에서 실제 연구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인류의 마지막 안전망으로 보고 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이는 위험한 도박이며, 뜻하지 않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는 일간지 가디언에서 설명된 것처럼, 중단될 경우 지구를 재앙적인 '터미내이션 충격'으로 몰아넣을 '기후 메타돈(methadone)'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논쟁의 중심에는 더 깊은 질문들이 있다: 단순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며, 누구에게 결정 권리가 있는가이다.

 


하늘을 공학적으로 조작하기


가장 많이 논의되는 제안 중 하나는 ‘성층권에의 에어로졸 주입(SAI)’이다. 이 방법은 성층권에 이산화황(SO₂) 가스를 주입해 수증기와 반응하게 함으로써 태양광을 반사하는 수소황산염(HSO₄⁻) 입자를 생성해 지구를 식히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자연 현상에서 영감을 받았다. 예를 들어,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산이 폭발했을 때 수백만 톤의 재와 이산화황이 대기권으로 분출됨으로써 전 세계 기온이 섭씨 0.5도(약 1°F) 하락하는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된 바 있다.


해양 구름 밝히기(Marine Cloud Brightening, SAI) 제안은 저층의 해양 구름에 염수 분무 구름을 방출함으로써 태양광을 우주로 반사하는 방사선 차폐막으로 변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해양의 열 흡수량을 줄이고 지표면의 에너지 균형을 재조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이스톡(iStock)/CelsoDiniz
해양 구름 밝히기(Marine Cloud Brightening, SAI) 제안은 저층의 해양 구름에 염수 분무 구름을 방출함으로써 태양광을 우주로 반사하는 방사선 차폐막으로 변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해양의 열 흡수량을 줄이고 지표면의 에너지 균형을 재조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이스톡(iStock)/CelsoDiniz

SAI는 유일한 제안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연구도 진행 중이다:

 

  • 해양 구름 밝히기: 해수(염수)를 공기 중으로 분사해 구름을 하얗게 만들고 반사율을 높이는 방법.

  • 우주 기반 반사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거대한 거울로 태양 복사열이 대기권에 들어오기 전에 반사하는 기술이다.

  • 극지 얼음의 해빙을 늦추기 위해 따뜻한 해류를 차단하는 수중 얼음 커튼.

 

이미 여러 현장 실험이 시작되었다. 해양 구름 밝히기는 소규모 실험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AI)은 엄청난 위험성과 전 지구적 파급효과를 우려해 이론적·실험실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호주 캔버라의 찰스 스튜어트 대학교 윤리학자이자 《어스매스터(Earthmasters)》의 저자인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는 말한다.

 


인간은 실제로 이를 할 수 있을까?


 영상은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을 보여주고 설명한다. 이 폭발은 이산화황 에어로졸을 지구 대기권에 확산시켜 지구를 냉각시켰다.

기술적으로 일부 방법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제 구현은 어렵다. SAI는 항공기, 풍선, 또는 고고도 드론을 통해 산포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도전은 결과물을 통제하는 데 있다. 얼마나 주입해야 할까? 어디에? 얼마나 자주? 그리고 이는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시카고 대학교 지질물리학 교수이자 태양 지구공학 분야의 주요 연구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키스(David Keith) 박사는 "태양지구공학은 매우 낮은 비용으로 기후 위험을 줄이는 중요한 방법을 제공할 수 있으며,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이를 서둘러 시도하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구공학 방법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비판자들은 이러한 기술이 탄소 배출, 생물 다양성 손실,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밀턴 교수는 《The Earth & I》와의 인터뷰에서 “SAI는 전 세계적인 온난화 정도와 극단적 기상 현상의 변화를 일부 줄일 수 있다”면서도 "이 방법은 다양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해양 산성화 감소나 이산화탄소 축적 속도 저감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문제의 진정한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 부분이다. 즉, 지구공학은 지구를 식힐 수는 있지만, 이미 수세기 동안 누적된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민간 기업들은 앞서 나가고 있다. ‘메이크 선셋(Make Sunsets)’과 같은 스타트업들은 이미 대중의 의견 수렴, 국제 감독, 과학적 검토 없이 대기 중으로 이산화황 가스를 방출하는 항공 실험을 진행했다. 이러한 규제 없는 실험은 환경단체, 윤리학자, 국제기구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약속 대 현실


첫눈에 지구공학은 유혹적인 해결책처럼 보인다. 컬럼비아 기후학교는 이론상으로는 온도를 빠르게 낮출 수 있으며, 핵심 생태계의 붕괴를 방지하고 극한 기상 현상의 심각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은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을 것이다. 지구공학은 승자와 패자를 만들 수 있다. 한 지역에서 작물에 이로운 냉각 효과가 다른 지역에는 치명적인 가뭄을 초래할 수 있다. 허리케인을 줄이는 동일한 개입이 다른 지역에서 필수적인 강수 패턴을 방해할 수 있다.

 

국제환경법센터는 2024년 보고서에서 “원주민, 농민, 어민, 농촌 커뮤니티는 지구공학 실험과 도입 영향의 최전선에 있는 집단 중 하나인데, 그들의 관점은 연구, 논의 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백화 현상을 보인 가지산호(전경)와 정상적인 가지산호(배경),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켈펄 섬. 이 백화 현상은 해양 온난화와 산성화로 인해 발생했으며, 현재의 기후지구공학 기술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Wikimedia (CC BY 3.0)
백화 현상을 보인 가지산호(전경)와 정상적인 가지산호(배경),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켈펄 섬. 이 백화 현상은 해양 온난화와 산성화로 인해 발생했으며, 현재의 기후지구공학 기술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Wikimedia (CC BY 3.0)

또한 현재의 어떤 지구공학의 수단도 해양 산성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해수에 흡수되면서 발생하는 침묵의 위기다. 이는 해양 생태계, 산호초, 그리고 전체 해양 식량 사슬을 위협한다. 따라서 지구가 식더라도 해양은 여전히 죽어갈 수 있다.

 

또한 지구공학적 조작이 시작되면 수십 년 또는 수세기 동안 계속되어야 할 수 있다. 전쟁과 경제 붕괴, 정치적 혼란 등으로 갑작스럽게 중단될 경우, 일부 과학자들이 ‘터미네이션 충격(termination shock)'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발생해 전 세계 기온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지구과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나 지구공학으로 인한 공기 중 황산염 입자 등 특정 변수에 대한 지구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컴퓨터 모델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모델은 아무리 정교해도 모든 가능한 영향을 포착할 수 없다"고 해밀턴 교수는 《The Earth & I》에 밝혔다. "실험은 단지 일부의 증거만을 제공할 수 있다. SAI의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발견하려면 대규모 시행이 필요하며, 그것 조차도 명확한 이해에 이르기까지 10년이 걸릴 수 있다."



온도 조절 장치를 누가 통제하는가?


2024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많은 소규모 개발도상국들은 자신들의 의견 개입 없이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들 위주로 기후지구공학적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Wikipedia/아제르바이잔 대통령 (CC BY 4.0)
2024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많은 소규모 개발도상국들은 자신들의 의견 개입 없이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들 위주로 기후지구공학적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Wikipedia/아제르바이잔 대통령 (CC BY 4.0)

가장 복잡한 질문은 ‘우리는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일 것이다.

 

한번 상상해 보라. 예를 들어 부유하여 자금과 기술, 정치적 의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기후취약국이 지구공학을 추진한다고 하자.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강수 패턴을 방해해 경작의 실패와 기아를 유발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이 없다면 한 국가의 결정이 분쟁이나 심지어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 카네기 기후지구공학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는 지구공학이 적대국을 공격하거나 양보를 강요하기 위해 무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실라 자사노프 포르츠하이머 석좌교수(과학기술학)는 2015년 “태양광공학의 대규모 해결책이 일반적으로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을 조성한다”'면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모델링할 때 잘못될 수 있는 요소가 많으며, 또한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종종 관리가 매우 어렵고 민주주의에 반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불신, 불평등,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고통받는 세상에서 단일 국가나 억만장자 기술 기업가가 전 세계 기후를 통제한다는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글로벌 규모의 윤리

 

다수의 관찰자들에 따르면, 지구공학은 단순히 과학적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문제이다. 지구의 기후 운명을 결정할 권리나 능력은 누구에게 있는가? 소수의 연구자와 정부, 또는 기업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기 시스템을 실험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 원주민 커뮤니티, 미래 세대, 비인간 생명체의 권리는 어떻게 되는가?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3년 보고서 하나의 대기: 태양복사 조정 연구와 시행에 관한 독립적 전문가 검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태양복사 조정 기술의 어떤 형태도 시도되기 전에 글로벌 합의, 포용적인 대화, 투명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기술 모델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기후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고 상호 연결되어 있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드러날 수 있으며,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으며, 가장 큰 위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중도의 길을 제안한다. 현재 연구와 거버넌스에 투자하되, 세계가 공동으로 결과를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이 마련될 때까지 적용을 보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공학은 두려움, 긴급성, 기술적 야망에 힘입어 서서히 주류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비용은 단순히 달러로만 계산되지 않는다. 신뢰와 주권, 그리고 취약한 지구 생태계의 균형에도 영향을 미친다. ‘리브 투 플랜트(Live to Plant)’ 웹사이트에서 요약된 대로, “지구공학은 기후변화의 최악의 영향을 완화하는 데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심각한 위험과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환경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부터 인간의 자연 개입에 관한 도덕적 질문까지 다양하다.”

 

결국, 기후 위기의 시계가 점점 더 크게 울리는 가운데 진정한 질문은 ‘인류가 하늘을 고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스스로 초래한 위기를 공학적 개입을 통해 벗어나야 하는가’일 것이다.

 


*재나 페레즈-앤젤로는 덴버 기반의 작가이자 다학제적 크리에이티브 및 디지털 전략가로,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목적 지향적 콘텐츠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Relevant Magazine, Medium, Faithful Life 등에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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